[게임위드인] "게임산업 혁신에 족쇄 될라" AI기본법에 쏟아지는 우려

학습 데이터 공개 요구까지 나와…게임업계 "창의적 개발 환경 위축"
김주환

입력 : 2025.05.17 11:00:01


AI기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기본법)이 통과되고 있다.2024.12.26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을 제작과 서비스 전반에 도입하고 있는 게임업계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AI기본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로 챗봇이나 콘텐츠 생성 시스템을 구현한 게임은 물론, 단순히 제작 과정에서 AI가 만든 그림이나 음성을 쓴 게임까지 AI기본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챗봇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 'AI 사용' 고지 안하면 최대 3천만원 과태료…"학습데이터 공개" 주장까지 올해 초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은 기업이 서비스나 제품에 AI 사용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AI 사용 여부 고지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의 벌칙 조항에 따라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또 인공지능사업자가 인공지능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고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이런 'AI 규제법' 제정은 유럽연합(EU)이 가장 앞섰지만, 실제 시행은 한국이 세계 최초가 될 전망이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146060] 변호사는 "구체적인 이행 방식은 시행령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지만, 게임 시작 시 'AI를 사용한 콘텐츠가 포함돼 있습니다'라고 고지하거나 홈페이지에 있는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유사하게 AI 안전성 관련 정보를 게시하는 방법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체적인 법 적용 기준과 규제 이행 방법 등을 담은 시행령을 마련해 오는 7∼8월께 공포할 예정이다.

추가 입법을 통해 AI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탄력을 받고 있다.

AI 모델 학습에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사업자가 공개하라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인공지능-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출범하고 인공지능 사업자가 AI 학습 데이터 목록을 공개하는 취지의 법 개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창작자 단체들도 이런 움직임에 호응하듯, 지난 14일 AI 학습에 사용된 창작물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AI기본법에 추가하라는 성명을 냈다.

K-게임 열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지스타는 17일까지 나흘간 B2C(기업-소비자 거래) 및 B2B(기업간 거래) 부스에서 국내외 게임 소비자들과 업계 관계자를 상대로 다양한 신작 게임과 정보기술(IT)을 소개한다.2024.11.14 handbrother@yna.co.kr

◇ "美·中도 가만있는데 한국 먼저 규제? 창작 위축될 수도"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AI 규제 움직임이 과도한 산업 옥죄기가 될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게임 개발사 고위 관계자는 "AI기본법의 기본적인 방향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위험 관리 체계 구축과 안정성 확보에 대한 보고 등 세부 지침이 창의적인 개발 환경을 위축시킬까 우려스럽다"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의 가능성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규제가 먼저 논의되는 현실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AI 활용 규제는 중소·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타격이 클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소 게임사들은 인력·비용 문제 때문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AI 관련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스타트업이나 중소 게임 개발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자가 AI 학습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좋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셋 확보와 훈련은 누구도 쉽게 공유하지 않는 노하우에 해당한다"며 "다른 나라는 가만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먼저 법으로 공개를 강제하게 된다면 산업 경쟁력을 크게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용민 변호사는 "AI가 전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도 있고, 작은 경우도 있는데 일률적으로 규제 대상이 된다면 게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입법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 한국 AI 게임 막 기지개 켜는데…법이 발목 잡나 요즘도 카카오톡의 친구 목록을 내리다 보면, 챗GPT를 활용해 자기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애니메이션풍으로 바꾼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빅테크의 횡포라고 성토한다.

무단으로 타인의 그림체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도의적으로 볼 때는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픈AI는 이같은 이미지 생성 열풍에 힘입어 1억5천만명의 추가 이용자를 단 3개월만에 확보할 수 있었다.

각국이 AI 학습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오픈AI는 규제의 회색지대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해낸 것이다.

만약 오픈AI가 아닌 한국 AI 기업이 이른바 '지브리 프사' 생성 기능으로 수억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면 우리는 이를 쾌거라며 칭송했을까, 아니면 더 신나게 돌을 던졌을까.

AI 시대에 한국은 명백한 후발 주자인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나가지도 못하는데, 법으로 규제할 궁리부터 하는 것이 대승적으로 볼 때 옳은 판단일까.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AI 기업이 한국산 규제에 눈이나 깜짝할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국 게임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저렴한 인건비와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앞세운 중국산 게임에 추월당하며 주도권을 잃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내 게임 기업들은 AI를 이용해 어떻게든 격차를 극복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년이면 시행을 앞둔 AI 규제법이 콘텐츠 수출액의 60∼70%를 차지하는 게임산업에 독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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