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끌어내린 美 국가 부채…경제규모 1.2배인 36조달러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로 부채 증가세…트럼프 감세로 악화 전망부채 한도 소진으로 8월 채무 불이행 가능성…정부는 한도 상향 요구
김동현
입력 : 2025.05.17 08:53:47 I 수정 : 2025.05.17 09:49:00
입력 : 2025.05.17 08:53:47 I 수정 : 2025.05.17 09:49:00

[A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로 정부 부채 증가를 지목하면서 미국 정부의 재정 상태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2천200억달러(약 5경744조원)다.
이 금액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설립된 이래 연방정부에 누적된 부채의 원금과 이자의 총액이다.
부채는 어느 한 해에 정부가 쓴 돈이 수입보다 많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빌릴 때 생긴다.
그간 미국의 부채는 꾸준히 늘었고,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급증했는데 그 이유는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9∼2021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50%나 늘렸다.
2024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조8천300억달러였다.
그런데 미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주된 수입은 개인과 기업에서 거두는 세금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로 줄어드는 수입을 관세로 충당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발의한 세제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10년간 3조8천억달러 상당의 감세가 이뤄지면서 국가 부채가 2조5천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에 재정 건전성을 중요시하는 의원들이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 상정된 세제 법안에 더 큰 규모의 지출 감소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법안을 부결시키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정부라고 해서 돈을 마음대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회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빌릴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두는 '부채 한도'(debt ceiling)를 설정했다.
이 한도를 채우면 돈을 더 빌리는 방식으로 기존 채무를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할 수 있다.
현재의 부채 한도는 36조1천억달러이지만, 재무부가 부채 한도를 채우는 시점을 늦추기 위해 특별 조치를 실시하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의회 지도부에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이르면 오는 8월부터는 특별 조치마저 소진되면서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4조달러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하원에서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에도 부채 한도 4조달러 상향이 포함됐다.
향후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 그리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부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이자도 만만치 않다.
한 해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자를 내는 데 쓰이기 때문에 부채 증가는 다시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재무부는 2025년 4월 기준으로 미국의 부채를 유지하는 데만 6천840억달러가 들어가며 이는 2025회계연도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2024회계연도에 미국 정부는 평균 3.32% 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의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의 이자 부담도 증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도 관세가 촉발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국채 금리 급등이었다.
부채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부채를 갚을 능력인데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00%를 넘었으며 2024년 123%를 찍었다.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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