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둔 짐 빼고 재임대"…'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2차피해 호소

경매 낙찰까지 소유권 가진 점 악용…"임대인측에 비밀번호 알려주면 안돼"
김솔

입력 : 2025.05.17 07:50:01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700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 임대인 측이 최근 사고 매물에 무단으로 재임대를 주고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잇달아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주거 침입 등 혐의로 이 사건 임대인 정모 씨의 대리인 등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4건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고소인들은 모두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들로, 과거 정씨 일당 소유의 빌라 등에 거주하다가 전세 보증금 피해를 봤었다.

이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점유를 주장하기 위해 내부에 짐을 둔 채 집을 비웠으나, 정씨의 대리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피해자들 동의 없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장에는 정씨 측 대리인이 무단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내부에 들어가 본인들의 짐을 바깥으로 옮겨뒀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피해자들은 정씨 측이 "해당 매물에 대해 단기 임대를 준 뒤, 월세를 받아 피해금을 일정 부분 변제하겠다"며 설득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고소인들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정씨 측의 이러한 수법은 비록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경매 낙찰 전까지 매물의 소유권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야 할 경우 법원에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더라도 경매 낙찰 전까지는 기존 소유권자가 매물의 사용·수익·처분권을 보유하게 된다.

수원남부경찰서
[연합뉴스TV 제공]

개정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절차 완료 전까지 소유권은 기존 임대인에게 있다.

이렇다 보니 전세 보증금 사고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의 기간에 임대인이 단기 임대를 놓아도 당장 이를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행태가 신종 수법으로 확산한다면, 가뜩이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지웅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장은 "LH가 우선 매수권 양도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사고 매물을 직접 답사하는 절차가 이뤄지는데, 재임대 계약으로 들어온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다면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통상 전세 보증보험은 점유 상태를 유지해야 지급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악성 임대인이 멋대로 피해 세입자의 짐을 옮긴 뒤 재임대를 놓으면 지급 절차에 혼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할 경우 임대인 측이 재임대를 놓을 수 없도록 최대한 조처해둬야 한다고 제언한다.

권 센터장은 "판례에 따르면 살던 집을 비워줘야 할 의무와 보증금 반환 의무는 동시 이행 관계에 있어, 임대인 측이 무단으로 들어가 짐을 빼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마친 뒤에도 임대인 측에 비밀번호를 알려줘서는 안 되며 가구를 비롯한 짐을 최대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재임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 점유권이 기존 임차인에게 있다는 점을 임대인 측에 명확히 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sol@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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