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다시 속도 낼 듯 …미 어떤 '청구서' 내밀까

내주 워싱턴서 실무협상 본격화…소고기·구글 지도 등 美 요구 구체화 가능성한미 '대선 전 결론 불가' 공감대…차기 정부 '결단' 영역으로 넘어가
차대운

입력 : 2025.05.16 19:34:23


안덕근 장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면담
(서울=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2025.5.16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과 미국이 내주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기로 해 미국 측 사정으로 잠시 주춤했던 한미 협의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영국과 첫 무역 합의 도출, 중국과 '휴전' 등 잇따른 최근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실무 협의에도 속도를 내 구체적인 '청구서'를 꺼내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회동해 내주 미국에서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본격적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회동은 한미 통상 협의 진행 상황을 중간 점검하는 한편 향후 논의 방향과 일정을 정리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앞서 한미 정부는 지난달 24일 워싱턴 DC에서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두고 포괄적 합의를 마련하자고 합의한 뒤 실무 협의로 공을 넘겼다.

그렇지만 미국이 가장 어려운 상대인 중국을 제외해도 다른 18개국과 동시에 관세 협상을 진행한 터라 협상에 임하는 USTR 관계자들의 물리적 여력이 없는 관계로 그간 한국과 협의도 당초 계획한 것보다는 속도를 내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간 양국 간 협의는 주로 '의제 세팅'에 집중됐다.

그간 미국이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던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완화, 구글로의 정밀 지도 반출 허용 같은 세부적인 요구는 나오지도 않았다.

한미 양국은 내주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의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6개 분야는 한국과 협상에 맞춰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외 통상 협상을 관장하는 USTR이 모든 주요국과 협상에서 쓰는 표준화한 협상 대상 분류의 틀이라고 우리 통상 당국자들은 설명한다.

그간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그리어 대표의 중간 점검 성격의 방한 때 일부라도 한국에 최우선 요구 사항을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한미 장관급 협의도 의제 설정에 초점이 맞춰졌고, 특정 농산물 문제를 거론하는 등의 구체적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2+2 통상협의
(서울=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2025.4.24 [기획재정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hkmpooh@yna.co.kr(끝)

결국 미국의 대한국 '청구서'는 내주 실무 협의 단계로 가야 비로소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진 모습이다.

안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다음 주 기술 협의에서 '줄라이(7월) 패키지' 안에서 뭘 구체적으로 풀려고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지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국내에서 여러 농산물이나 구글맵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게 관세 협상의 필수다 이런 게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무역 적자 해소를 대외 무역 정책 최우선 목표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한국에 에너지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약속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그간 대한국 수출 장애 요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각종 비관세 장벽 이슈를 꺼내 들면서 한국의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은 그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에서부터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문제,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까지 한국에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저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의지와 미국 측이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조선 중심의 전략적인 한미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품목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말하는 관심 사항의 의도가 뭔지, 진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걸 알아놓아야 나중에 이것을 받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비관세 장벽에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농축산물 문제는 미국 측 요구 사항으로 예견돼 왔다"며 "미국의 입장이 유동적이지만 한편으론 아주 예상을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한편, 한미 간 관세 문제를 둘러싼 협상의 실질적 일괄 타결은 내달 3일 치러질 한국의 대선 뒤로 넘어갈 것이 사실상 확실해졌다.

안 장관은 내달 6월 중순 무렵까지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나서 차기 각료급 만남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미국 측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따라서 무역 합의를 위한 여러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결정은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결정할 전망이다.

안 장관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오늘 충분히 설명했고, 그리어 대표도 미국 정부가 충분히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며 "미국 측에서도 (한국의) 대선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cha@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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