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보고서 앞두고 '원화' 테이블에 올린 美…절상 압박할까
중국 상대 '환율 전쟁' 본격화 포석 지적도"외환 불개입 대신 한미 상설 통화스와프 역제안 기회될 수도"
이대희
입력 : 2025.04.27 06:07:14
입력 : 2025.04.27 06:07:14

(서울=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2025.4.25 [기획재정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민경락 송정은 기자 =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상 테이블에 환율 정책이 예상치 못하게 오르게 되면서 미국의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원화 가치 절상 압박을 전체 협상의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관세로 전 세계를 흔든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처럼 '환율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 외환 당국이 의도한 것이 아닌 만큼, 벌써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 환율보고서 지렛대 활용 우려…'원화 절상' 직접 압박 가능성도 27일 관가 등에 따르면 7월 패키지 논의의 한 축에 '통화(환율) 정책'을 올린 미국의 속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두고 다른 의제인 ▲ 관세·비관세조치 ▲ 경제안보 ▲ 투자협력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30일 1,307.8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과 비상계엄 등을 거치며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된 상태다.
실상이 어떻든 한국이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절하해 대미 수출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고 몰아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조만간 발표될 미국 환율보고서를 지렛대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
미국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을 평가해 보고서를 낸다.
현재 평가 기준은 199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 상 ▲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 등 3가지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이 가운데 대미무역 흑자·경상수지 흑자 조건에 걸려 '환율관찰 대상국'이 됐다.
2023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늦어도 6월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관찰 대상국에 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미무역 흑자는 약 660억달러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도 5.3%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에도 관찰대상국에 들어간다면 미국이 환율 미세조정이나 원화 절하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양해각서 쓰듯이 약속하게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원화 절상'을 직접 압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금은 인위적으로 원화 강세를 만들라고 요구할 만한 시대가 아니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요구한다면 상당한 시장 충격이 있을 것 같다"며 "그게 아니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관세 전쟁 끝낸 뒤 환율 전쟁 신호탄 우려도 제기 통화(환율) 정책을 의제에 올린 이유는 '환율 전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꼭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1단계 무기가 관세였다면, 2단계 무기는 환율이라는 관측은 트럼프 취임 때부터 나왔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스티븐 미런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가 관심을 받는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청사진으로 지목된 이 보고서는 약달러를 통한 무역수지 적자·재정 적자 해소를 관세 전쟁의 최종 목표로 제시했다.
서강대 경제학부 허준영 교수는 "관세로 상대 국가들을 약하게 한 뒤 두 번째 스테이지인 환율로 넘어간다는 것이 '미런 보고서'의 핵심이라는 걸 정부 당국자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무역 적자, 강달러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환율 정책을 의제로 올린 것은 그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전쟁 '시즌2'가 시작된다면 관세 압박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반기를 들고 있는 중국에서 첫 불꽃이 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자신 소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서 '비관세 부정행위'의 8가지 유형을 발표하며 '환율 조작'을 첫 번째로 들었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1기인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한 경험도 있다.
통상 환율보고서 발표 시점이 아니었고 3가지 요건 중 대미 무역 흑자 한가지에만 저촉됐음에도, 미국 재무부는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환율전쟁 본격화는 중국 위안화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원화의 급변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한국 실물경제가 동반 추락할 우려도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처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압력이 들어오는 상황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 정치적 불확실성+불황에…"환율 협상서 할 말 있다" 구체적인 안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관적인 전망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2+2 통상 협의' 후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환율 조작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율 문제는 외환당국인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가 별도 논의를 하자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먼저 제안한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로 꼽힌다.
그동안 양국 부처간에 통상적으로 해왔던 환율 관련 협의의 연장선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원화 약세에는 한국 정부가 할 말이 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 동시에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실물 경기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방식으로 오히려 과도한 원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이뤄졌다는 점도 내세울 사항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화 약세는 한국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다기보다는 달러화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협상 상대가 미 재무부인 만큼, 역제안으로 치고 나가며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광석 실장은 "한국 정부가 환율 불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대신 상설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자고 요구할 수도 있다"며 "우리 측으로서는 긍정적인 기회로 만들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vs2@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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