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뇌관' 7월까지 째깍째깍…'역성장' 韓경제 시계제로
"관세 불확실성에 기업 신규투자 위축·고용 둔화할 수도"방위비·환율 협상도 부담…"협상 늦출수록 한국에 유리" 관측도
민경락
입력 : 2025.04.27 06:07:10
입력 : 2025.04.27 06:07:10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송정은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협의에서 긍정적인 물꼬를 텄다지만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고 7월까지 '상호관세'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1분기 소비·수출·재정의 난맥상이 동시에 가시화하면서 경기 침체 조짐이 늘어나는 상황에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무분별한 관세 정책을 향해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의 협상력이 점차 약해질 수 있으므로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2025.4.24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hkmpooh@yna.co.kr
◇ 통상협의 "순조로운 첫 발"…상호관세 불확실성은 여전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2 통상 협의에서 이른바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의 90일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기 전에 7월 8일까지는 관세 폐지를 목표로 협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주장하는 '환율'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 채널에서 별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전부터 지적해 온 방위비 증액 문제도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한미 양측은 협의가 끝난 뒤 "상당히 좋은 출발"(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매우 성공적"(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된 상황에서 '7월 패키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월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합의안에 사인을 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을 가급적 늦추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을 향한 비판이 미국 안팎에서 거세지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적으로 미국 측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에 무려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최근 대중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한발 물러섰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간이 미국 편이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라며 "협상이 뒤로 밀리면 밀릴수록 미국의 협상 레버리지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통상 협의 직후 미국 측이 서둘러 합의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 측과 온도차를 보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를 수 있다며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어차피 바로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라며 "서로 의중을 알아본 뒤 이제 협상을 시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유예한 25%에 달하는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는 우리 측의 우려만 전달했을 뿐 방향성 논의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은 불확실성으로 남게 됐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협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내몬 '트럼프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실제 품목 관세가 어떻게 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할 부분"이라며 "실무 협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25%의 품목 관세에 더해 지난 5일부터는 10%의 기본 관세(보편관세)가 발효된 상황에서 25%의 상호관세는 한국 경제에 큰 추가 악재다.
'7월 패키지 딜'까지 상호 관세는 경제 주체들을 옥죄는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월까지 상호관세 부과 여부 결정이 안 되면 기업들은 생산기지 건설·인수합병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수가 없다"라며 "결국 신규 투자는 위축되고 고용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최 부총리 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2025.4.25 [기획재정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방위비·환율 협상도 악재 가능성…'역성장' 한국 '설상가상' 이번 2+2 통상협의에서 방위비와 환율 문제가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언젠가 맞닥뜨릴 과제라는 시각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언급하며 "우리는 군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방위비는 관세 협상과 별도로 다룰 '살아있는 압박 카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측이 별도로 논의하기로 한 환율 협상에서도 '약달러'를 위해 직·간적접직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문제는 일련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에 한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은 -0.2%로 3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4분기 연속 '0%대 이하' 성장이다.
역대급으로 장기화하는 소비 부진, 투자 위축 등이 회복되기도 전에 수출마저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민간소비는 0.1%, 건설·설비투자는 각각 3.2%·2.1% 쪼그라들었고 수출은 1.1% 감소했다.
민간 경기 부진 흐름에도 정부소비마저 0.1% 줄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과다한 국가채무와 세수펑크에 갇힌 탓이다.
정부는 12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 상황에 비춰 규모가 작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미진한 재정 역할의 이면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빚은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줄탄핵'으로 국내 정치가 극도의 혼란에 빠지면서 최상목 부총리는 88일간 경제 수장 자리를 비우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했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경제 리더십의 부재가 또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지금 상호관세·조기 대선 등은 작년 예산안 편성 때 예측하지 못했던 불가항력의 변수들"이라며 "추가적인 추경 편성으로 경기 부양에 총력을 두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roc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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