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일본식 RPG의 유럽식 재해석,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프랑스 신생 개발사가 개발…화려한 연출·역동적인 턴제 전투
김주환

입력 : 2025.04.26 11:00:01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로고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평소 일본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아내 카미유가 기모노를 입은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고, 말년에는 자택에 일본식 정원을 꾸며놓고 작품 활동을 했다.

프랑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PC 버전 유통을 맡아 지난 24일 출시한 역할수행게임(RPG)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도 여러모로 모네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인상파 회화처럼 빛과 색채를 강조한 몽환적인 그래픽 위에 얹힌 게임의 얼개는 '파이널 판타지'나 '페르소나' 시리즈 같은 일본식 RPG의 영향을 진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초반 지역
[게임 화면 캡처]

◇ 독특한 세계관 인상적…턴제 전투의 단점 극복한 게임플레이 '33 원정대'는 균열이 생겨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진 근대 프랑스 파리 스타일의 도시 '뤼미에르'와 그 너머의 대륙을 무대로 한다.

1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나는 화가 '페인트리스'는 일어날 때마다 비석에 숫자를 쓰는데, 이 숫자는 매년 하나씩 줄어든다.

뤼미에르의 사람들은 이 숫자만큼 나이를 먹으면 붉은 꽃잎으로 변해 사라지는 죽음을 맞게 되고, 이를 '고마주'라고 부른다.

100에서 시작한 이 숫자는 어느덧 33까지 줄어들었고 이에 32살을 주축으로 구성된 '33 원정대'가 '페인트리스'를 처치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33 원정대'의 UI 디자인
[게임 화면 캡처]

앞서 언급했듯, 게임의 전반적인 구성은 여러 캐릭터를 조합한 턴 방식의 전투, 선형적인 구성의 레벨 디자인을 가진 전형적인 일본식 RPG다.

특히 캐릭터를 중심으로 배치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전투 인터페이스, 적의 약점 속성을 노리는 플레이, 근접전이 기본이되 원거리 무기를 꺼내 사격하는 시스템 등은 '페르소나 5'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제작진은 일본식 턴제 RPG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단점들을 정교한 시스템 설계로 극복했다.

턴제 전투의 가장 큰 단점은 상대방의 차례에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33 원정대'의 퀵타임 이벤트
[게임 화면 캡처]

'33 원정대'는 이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 있는 게임플레이 경험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먼저 적의 모든 공격은 타이밍에 맞게 쳐내거나 회피할 수 있다.

초반 구간을 벗어나면 점프로 회피하는 기술도 나오는데, 이 때문에 상대방의 턴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들도 사용하면 지정된 버튼을 누르는 QTE(퀵 타임 이벤트)가 나오고, 일부 적은 정확히 약점을 원거리 공격으로 맞추면 강한 피해가 들어간다.

그래서 '33 원정대'의 전투는 턴 방식임에도 실시간 액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준다.

또 캐릭터의 스킬은 '붕괴: 스타레일' 같은 게임처럼 스택을 쌓거나 다른 스킬을 강화하게끔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도 중요하다.

각종 소모성 아이템을 쓰는 것이 아까워 마지막까지 쟁여두게 되는 일본식 RPG 게이머들의 고질병도 주기적으로 '리필'되는 아이템을 도입해 마음껏 쓸 수 있게끔 부담감을 덜었다.



'33 원정대'의 스테이지 이동
[게임 화면 캡처]

◇ 화려한 연출·생동감 있는 연기 일품…지도 부재는 아쉬워 '33 원정대'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화려하고 몽환적인 맵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적화가 어렵다고 악평을 듣는 언리얼 엔진 5를 쓴 게임임에도, PC 버전 벤치마크 영상을 보면 저사양 PC에서도 상당히 부드럽게 구동된다.

게임의 연출도 사전 녹화된 영상과 인게임 컷신의 구분이 거의 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부드럽고, 캐릭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게임의 배경 음악도 하나하나가 퀄리티가 높고, 화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다만 이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도 명확하다.

'33 원정대'는 지도는커녕 미니맵이나 퀘스트 마커 등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잡한 지역에 들어서거나, 게임을 껐다가 나중에 다시 켜면 '어디로 가야 하지?'하고 헤매는 일이 잦았다.

'33 원정대'의 전투 연출
[게임 화면 캡처]

초반에는 대부분의 레벨이 직선형 구성이기에 이런 불편함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제스트랄 마을' 같은 넓은 맵에 들어서면 불쾌한 지점으로 다가온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스테이지 사이사이를 잇는 별도의 오버맵으로 이동해 움직여야 하는데, 여기서 할 수 있는 경험도 제한적이다.

턴제 전투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인 방어·회피 시스템은 상당히 판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발력을 발휘하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순간들이 있다.

이밖에 게임 배경 설정 자체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 탐구해볼 만한 게임 속 읽을거리나 등장인물의 언급도 많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상술한 단점은 전체 게임 경험의 수준을 크게 해칠 정도까지는 아니다.

신생 개발사의 매력적인 데뷔작이자 일본에서 발전한 게임 장르를 유럽 제작진의 시선에서 녹여낸 '33 원정대'는 올해 강력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GOTY)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33 원정대'의 시네마틱 연출
[게임 화면 캡처]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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