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美中 큰손에 … 힘빠진 명품株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4.14 17:58:21 I 수정 : 2025.04.14 20:05:53
관세 전면전에 소비심리 둔화
케링·버버리 7일새 12% 뚝
럭셔리 펀드도 줄줄이 손실
연초까지 잘나갔던 명품株들
경기침체 우려에 목표가 하락
주가전망 최대 30% 내린 곳도






글로벌 명품 기업의 주가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에도 중국과의 관세 전쟁 격화로 큰 낙폭을 나타냈다.

실적 회복과 금리 인하 기대감에 연초까지 상승하던 명품주들은 '큰손'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면전을 펼치면서 소비 심리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14일 홍콩 증시에서 프라다그룹은 이날 보합권에 머무르면서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8% 이상 하락했다. 프라다는 지난 10일 라이벌 브랜드인 베르사체를 12억5000만유로(약 2조원)에 인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리 증시에서 대표 명품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11일까지 주가가 8.83% 하락했다.

루이비통·디올·셀린느 등 주요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 주가는 미국 수요가 회복되면서 연초 700유로를 돌파했지만 지난 11일 524.4유로까지 추락했다.

반클리프 아펠과 까르띠에, 피아제 등을 산하 브랜드로 둔 리치몬트는 같은 기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12.01% 하락했다. 파리 증시에 상장된 명품 기업 케링과 런던 증시의 버버리도 각각 12.49%와 12.32% 떨어지면서 마찬가지로 7거래일 만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파리 증시에 상장된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이 기간 5.65%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성적을 받았다.

한국 증시에서도 명품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손실을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르메스·리치몬트·LVMH를 중심으로 명품 관련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의 경우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4.49% 하락했다.

투자 비중이 가장 큰 에르메스와 15%를 차지하는 페라리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작은 하락 폭을 기록하면서 개별 명품 종목보다는 선방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호텔·레저와 완성차 등 다양한 기초지수 구성을 가진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는 7.25%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지난해 4분기의 실적 회복세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며 잇달아 명품 산업을 향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리치몬트부터 매출이 성장세로 전환한 LVMH 등이 연초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떠오른 명품 소비 회복 기대감이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도이치뱅크는 올해 명품 업종의 매출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3%포인트 낮춘 2%로 수정했다.

도이치뱅크는 리치몬트와 케링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고, 목표주가도 함께 내렸다. LVMH와 몽클레르·제냐·버버리의 목표가도 10%에서 최대 30%까지 내렸다.

바클레이스도 올해 1분기 케링이 소유한 구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애덤 코크린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명품 업종은 가격 인상으로 관세에 대응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와 증시 부진은 수요를 줄인다"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산업이 회복하기보다는 수요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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