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美中 관세전쟁에 '새우' 韓 등 터지나…기회로 바꿀 전략 필요(종합)

美 관세에 中 수출감소 따른 간접피해…EU 등 제3국서도 경쟁 치열해질 듯車·배터리 등에 기회로 작용 가능…공급망 다변화 등 맞춤 전략 마련해야
김보경

입력 : 2025.04.13 07:57:05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에 낀 한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김아람 이슬기 기자 = 글로벌 경제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새우' 한국이 두 '고래' 싸움에 끼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한국산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을 대체할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 145%에 달하는 대중(對中) 관세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할 경우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한국은 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또다시 시작된 고래 싸움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외에도 공급망 다변화 등 맞춤형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 수출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 美관세에 中수출감소 따른 간접피해…EU 등서 경쟁 치열 전망 13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부과하려던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 관세 10%만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관세는 유예 없이 125%로 인상했고, 이전 부과된 20% 관세에 더해 대중국 관세율은 145%까지 올랐다.

이에 중국도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높이는 '맞불'을 놓으면서 미·중 간 관세전쟁은 더욱더 격화하는 모양새다.

두 고래의 싸움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36.3%에 달하고, 중국과 미국이 각각 1·2위 수출 대상국인 한국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 6천838억달러에서 대 중국과 미국 수출액은 각각 1천330억달러, 1천278억달러로, 두 국가의 비중은 총 38.1%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유예되긴 했지만 언제든지 미국으로부터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고, 여기에다 미국의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연쇄적으로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78.4%는 중간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고위기술 중간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품목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의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한국의 중간재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과 협상 후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과 제3국 수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미국 USTR 만난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및 가전업체는 미·중 간 관세전쟁이 격화될 때마다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중 국내 수출 1위 제품인 반도체는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생산 업체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아 가장 큰 패닉에 빠졌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결국 최종 수요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고,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중국 외 글로벌 수요가 계속 부진한 상황에서 관세 부과 및 글로벌 무역 전쟁은 향후 최종 수요 기대를 더욱 낮추게 만든다"고 밝혔다.

관세로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유럽연합(EU) 등 제3국 공략을 강화할 시 이는 한국 수출에 또 다른 마이너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EU는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여왔다.

하지만 미국 관세 전쟁에 따른 반대급부로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추면 EU 시장 내 한국의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나머지 국가에서는 중국과의 경합이 치열해지고, 대중국 수출 자체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 車·배터리 등에 기회로 작용 가능…공급망 다변화 등 맞춤전략 다만 미·중 간 관세전쟁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산업도 있다.

자동차 및 배터리 등 부품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이 4천30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시장의 중국 제품들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제품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12일(현지시간) 자국 업체인 애플, 엔비디아 보호를 목적으로 스마트폰, 컴퓨터, 메모리칩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들 업체와 사업 범위가 겹치는 삼성전자 등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국 언론도 이번 조치로 애플, 엔비디아를 비롯해 삼성전자, TSMC 등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미국에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춰가는 한국 배터리 3사도 유리한 국면을 맞았다.

다만 자동차 및 배터리는 아직 일부 부품을 중국으로부터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미국 수출 제품에는 중국산 원자재를 배제하고, 동시에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할 때는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중국산을 쓰는 공급망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vivid@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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