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우리가" 애플의 유구한 전략, 트럼프가 바꿔 놓을까

미·중 관세전쟁에 생산지 이전 고민 빠진 애플
조성미

입력 : 2025.04.13 08:01:24


애플의 생산 기조
[애플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생산은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 관세 정책으로 애플이 유지해오던 생산 외주화 전략이 일대 전환 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자체 공장 없이 스마트폰 생산량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애플이 전체 공급망의 10%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만 약 300억 달러와 3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 결정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관세 전쟁 표적을 중국으로 명확히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 이제 막 시작된 두 번째 임기 동안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로봇으로 노동력이 대체되는 생산 시설의 미국 내 확충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 애플이 이번만큼은 생산 전략 수정을 고민할 개연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의 56%를 애플이, 25%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미국 밖에서 아이폰 부품을 조달, 조립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 2월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지만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왜 일자리가 중국으로 가게 됐는지 보여주는 애플의 경험'이라는 제목의 퓰리처상 수상 기사에서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이 아닌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한 핵심 이유가 ▲ 수천 명의 노동자를 단기간에 투입할 수 있는 노동 유연성과 규모 ▲ 숙련된 기술 인력 보유 ▲ 공급망 밀집도라고 지목했다.

애플의 중국 공장
[애플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10여년 동안 애플의 아이폰 해외 생산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내 생산 압박에 2019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데스크톱 PC 맥 프로를 만들기도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같은 해 맥 프로 신모델은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보도하는 등 역시나 미풍에 그쳤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대중 관세 전쟁이 막 시작된 이번에는 공급망 전문가로 알려진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15%가량인 인도 내 스마트폰 생산 비율을 2027년까지 25%까지 끌어올려 중국 생산 몫을 줄일 예정으로도 알려졌지만, 인도 생산인력의 숙련도, 공급망 생태계 성숙도, 정부 규제 등이 중국을 대체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애플이 중국 공급망 클러스터의 이점 등을 고려해 지금까지는 공장을 옮길 생각이 없었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와 갑을 관계가 뒤바뀌기 시작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상상외로 거세 중국 생산량 일부를 미국으로 들여올 가능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문 총장은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관세를 통한 무역 전쟁이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차리라는 것"이라며 "말을 듣지 않는 기업에 큰 벌칙을 주고 생산시설 회귀 기업에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등 당근책을 쓰면 미국으로 돌아오며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탈중국은 맞는 기조겠지만 공장을 직접 운영해본 적이 없는 애플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폭스콘을 위시한 애플 공급망 속 수많은 협력사가 중국과 대만에 있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부사장은 "현재로서 애플에 인도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며 다음이 브라질"이라며 "인도 전자 제조 협력사들의 기술력, 설비 투자 의지, 관세 협상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역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이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며 탈중국 결심을 할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결정만 고대해야 할지 아직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폭넓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플의 일부 제품에 대해 면제·유예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애플에 대한 관세 유예 결정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는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최악의 경우 미국 공장 신설 카드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생산 기지 이전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해결책 또한 관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한계를 분석했다.

cs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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