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최진석 “농업의 미래는 디지털 혁신에 달렸다”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5.04.11 08:27:36
입력 : 2025.04.11 08:27:36
‘디지털농업 심포지엄’서 기조강연
매경·농진원·벤처농업대 공동 주최
“韓농업 문제는 과거 우상에 갇힌 탓”
“디지털 농업 혁신은 선택 아닌 필수”
“디지털 친화력 갖고 감수성 높여야”
매경·농진원·벤처농업대 공동 주최
“韓농업 문제는 과거 우상에 갇힌 탓”
“디지털 농업 혁신은 선택 아닌 필수”
“디지털 친화력 갖고 감수성 높여야”

“농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 그동안 불가능했던 환경 제어와 예측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농업의 미래는 디지털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철학자 최진석 새말새몸짓 이사장은 1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열린 ‘디지털농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매일경제 애그테크혁신센터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한국벤처농업대학이 공동 개최했다. 농업계와 투자업계, ICT업계 등 각계에서 2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기조강연자로 나선 최 이사장은 ‘인문학자가 보는 농업 혁신’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전통적인 농업에서 생산자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제어와 예측이 제한되는 특수성 때문에 항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통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날 농업에서의 디지털 혁신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나라 농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가를 분석해보면 전통적인 농업의 특수성에 갇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과거부터 숭배해오던 농업의 우상을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지금 우리 농업의 문제점들은 그동안 해오던 일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계속하다가 만나는 것들”이라며 “한마디로 혁신하지 않아서 맞닥뜨리게 된 문제들”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혁신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는 혁신이 멈춰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디지털에 대한 친화력, 혁신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에서 디지털 혁신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미래 성장과 발전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생존을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 이사장은 정혁훈 농업전문기자가 진행한 토론에서는 호기심의 관점에서 혁신을 풀이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는 ‘농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잘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99%의 노력에 더해 1%의 영감을 얻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1%의 영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꼰대와 청춘을 비유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 이사장은 “혁신이라는 주제를 놓고 보면 대개 꼰대는 혁신을 막는 역할을 하고 청춘은 혁신을 하는 역할을 한다”며 “꼰대와 청춘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 중 하나는 호기심보다 당연한 게 많으면 꼰대이고, 당연한 것보다 호기심이 많으면 청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철학자 니체는 인간이 늙어간다는 것은 호기심의 불꽃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며 “어린 아이들은 호기심 덩어리이지만 어른이 되면서 점점 당연한 것이 많아지고 호기심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서 네가 누구냐 하는 말은 사실 너는 호기심이 있느냐 없느냐는 말과 같은 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일본의 스시는 세계적인 외식 산업으로 성장한 반면 한국의 비빔밥은 그렇지 못한 것도 호기심의 차이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스시는 쌀의 품종, 쌀알의 갯수, 손의 온도, 식초의 양 등 모든 것이 매뉴얼화 돼 있고 그 다음에 장인들의 개성이 반영되면서 매뉴얼을 뛰어넘는 스시가 나오지만 비빔밥은 세계화를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그런 매뉴얼이 없다”며 “그건 똑같은 밥이지만 그 밥을 알려고 했느냐, 그 밥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았느냐의 차이에 따른 것이며, 결국 그 밥이 산업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새로운 기술과 자기 자신에 대해 호기심이 있느냐 없으냐의 문제이며 또 다른 말로는 혁신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좋은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작품 활동을 안 한다고 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건 예술가의 생명이 끝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감이라는 것은 자기자신에게만 있는 호기심을 끝까지 집요하게 발휘했을 때 나오는 어떤 선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머스 에디슨이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말한 것은 99%의 노력을 한 뒤에야 1%의 영감이 온다는 뜻에서 말한 게 아닌가 싶다”며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새로운 것들은 영감의 결과이며, 그 영감은 호기심에서 온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비빔밥이 세계화, 산업화되지 않은 것은 거기에 호기심을 두지 않았고, 그에 따라 영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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