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대응할 韓 비장의 카드는 조선·LNG…비관세 장벽 개선도 협상카드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입력 : 2025.04.11 07:23:26
韓 “모든 협상 진전 보여서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산업부, 품목관세 대책 고심
반도체 업계 지원책 곧 발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둘째)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기본관세, 상호관세, 품목관세 부과와 관련한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사진 제공 = 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상호관세 전격 유예로 시간을 벌게 된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미 협상 전략 마련에 나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세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주미대사, 방미 중인 통상교섭본부장과 화상회의를 열며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지원책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석 달간 유예한 데 대해 “다소 위안이 되는 소식”이라며 “앞으로 90일 동안 모든 협상에 진전을 보여 이러한 관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되겠다”고 했다.

정부는 조선·에너지 분야 협력, 비관세장벽 개선, 대미 수입 품목 확대 등 다양한 협상 카드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아울러 이번 협상을 국내 세제, 비관세장벽, 위생 등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단순 협상용이 아닌 국내 기업을 위한 규제 개혁 동력으로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관세 수준, 여러 가지 세제·세금 수준, 비관세장벽, 위생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된다”며 “우리의 규제가 완화되면 외국 기업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조현동 주미대사, 방미 중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화상회의를 열어 대미 관세협상 진행 내용을 보고받고 대응 전략을 점검했다.

정 본부장은 방미 중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차관 등을 면담했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와는 두 번째 만나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한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

조 대사는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이후 만나본 미국 측 관계자들 모두 ‘정상 간 통화가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조선·에너지·무역 분야에 대해 한국 측과 더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 등과 협의한 내용에 대해 보고하면서 “한간 정상 간 통화가 양국 간 협상의 시작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을 이번 협의에서 알게 됐다”며 “남아 있는 기간 동안에도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주미 한국대사관이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상무부 등 관련 기관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정부는 상호관세뿐 아니라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 관세에 대한 대응책도 고심 중이다. 철강과 자동차 관세는 이미 발효됐고 미국은 앞서 반도체를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25%의 품목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종합 반도체 기업, 팹리스 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참석한 가운데 업계 간담회를 열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통상환경 급변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정부는 통상 리스크에 대응해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반도체 지원 방안을 조만간 수립·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원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관세·원산지 등의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부품에 대한 비용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도 검토한다.

또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규제를 개선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전력·폐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 한도 상향을 추진한다. 송전망 지중화 비용 분담 등 추가 재정 지원책을 준비하고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 의무 적용 완화도 검토한다.

정부는 관세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트리니티 팹’ 운영법인을 설립해 팹 구축에 본격 착수한다. 트리니티 팹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위한 첨단 반도체 테스트베드다. 산업부는 이 밖에 첨단산업 특화단지 전용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18 20:41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