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혼란 틈타 무단으로 해외여행…시국 흔들리자 공직기강 무너졌다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4.09 21:54:20
공공기관 점검서 대거 적발
에너지 보안문서 관리 부실
블라인드 채용서 학위노출도


[사진 = 연합뉴스]


탄핵 정국 리더십 부재로 전국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인데 지원자 출신 학교 정보를 면접관에게 노출하거나 가족돌봄을 이유로 특별휴가를 내고 혼자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9일 국무조정실 요청으로 정부 각 부처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해 실시한 공직기강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는 최근 진행된 직원 공개채용에서 면접위원에게 지원자 학위 정보가 사전에 제공된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전형은 지원자 성별이나 출신 지역, 학위·학점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었지만 일부 지원자가 임의로 기재한 학위 정보가 면접관에게 넘어간 것이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채용 대행업체의 입사 지원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자 신분을 확인하는 필적란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지적받았다.

한국중부발전에서는 보안 문서가 공개된 공간에 방치되는 등 허술한 보안 관리가 지적됐다. 규정상 보안 문서는 퇴근할 때 열쇠 장치가 돼 있는 서류함에 보관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국가 주요 에너지 기반시설을 관리하는 중부발전은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평소 직원들의 보안 의식이 요구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는 가족돌봄휴직 중 돌봄 대상자를 동반하지 않고 15일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원 사례가 적발됐다. 복무지침상 해당 휴직은 가족 간병이나 육아 등 실질적인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만 쓸 수 있는데 목적 외로 사용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도급 사업장의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고도 한 것으로 본부에 보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현장 지원 차량을 수차례에 걸쳐 개인 용무로 쓰면서 차량 이용 요금을 사비가 아닌 공사 비용으로 정산하거나 출장비 정산 시 식비를 중복 수령한 직원도 적발됐다.

국무조정실은 비상계엄 사태 한 달 뒤인 지난 1월 “최근 국내 상황에 기인한 국민 불안이 지속되는 데다 설 명절을 맞아 해이해지기 쉬운 근무기강을 확립하고자 한다”며 공공기관별 공직기강 특별점검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사례는 대다수가 주의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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