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유학 중인 아들을 둔 김 모씨(59)는 "최근 6개월간 달러 환율이 오른 데다 현지 생활 물가까지 올라 전보다 생활비를 20% 이상 더 보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교통비, 식비, 책값 등으로만 족히 달에 500만원은 든다"며 "환율이 오르니 유학이 매우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들에게 매달 3000달러가량을 송금해줬다. 당시 달러당 원화값 1320원을 적용하면 수수료까지 400만원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오른 물가도 감안해 현재는 매달 3400달러를 송금해주고 있다. 여기에 원화값이 1480원으로 폭락해 기존보다 100만원 많은 500만원이 필요해진 것이다.
원화값 폭락으로 유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원화값 하락이 대외 불확실성 여파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부담을 호소하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 원화값이 15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며 유학생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임 모씨(25)는 "용돈을 200달러 정도 줄이고 환율이 안정될 때까진 절약과 아르바이트로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김 모씨(28)는 '강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김씨는 "아침에는 시리얼, 점심에는 간단한 과일류로만 도시락을 싸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유학에 보태기 위해 3000만원가량을 모아뒀지만 폭락한 원화값에 달러 환전을 못 하고 있다.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한 학부모는 "환율이 오르면서 주변에 유학을 같이 간 아이 친구들 중에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휴학한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환율 문제로 미국 유학을 알아보던 학생들은 '그나마' 환율이 유리한 다른 영미권 국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유학을 주저하는 이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 살거나 일본으로 유학을 준비하려던 학생들도 최근 엔화값이 솟구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디자인 공부를 위해 오는 8월 일본 유학을 계획 중이던 A씨(25)는 "지난해부터 엔화 환율이 안정되는 시기에 환전하려 했지만 환전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