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2009년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1500원 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달러당 150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도 방어에 나설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세전쟁 영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예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시중은행 4곳은 공통적으로 4~5월 중 원화값 1500원 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9일 전망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1430~1500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440~1500원 선에서 원화값이 움직일 것으로 봤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은데, 심리적 경계선이 무너지면 하단이 어디까지 뚫릴지는 미지수"라며 "이는 기업의 원가 상승을 야기해 물가에 부담을 주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변화가 생기면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새로운 무역합의를 하겠다는 것인데, 합의 전 최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관세전쟁이 완화될 신호가 나오면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장 시작가 기준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저치인 1484.0원에서 출발한 후 장중 한때 1487.6원까지 추락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원화값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4% 하락한 7.2066위안으로 고시했다. 관세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