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미국 블랙록이 운용하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SOXX’보다, 반에크가 운용하는 ‘SMH’의 수익률이 10% 이상 높았다. SOXX의 엔비디아 보유 비중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보다 낮은 등 시가총액 반영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 새 ‘아이셰어즈 반도체(SOXX)’ 수익률은 ‘반에크 반도체(SMH)’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4월 8일(현지시간)까지만 해도 SOXX는 222.2달러, SMH는 223.05달러로 두 상품의 주가 격차는 1달러가 채 안 됐다.

그런데 1년 후 SOXX는 30.3% 떨어진 154.86달러가 됐고, SMH는 19.3% 떨어진 179.95달러가 됐다. 1달러 미만이던 격차가 25달러 이상 벌어진 것이다.

두 상품은 모두 우량 반도체 기업들을 수정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보유 종목·비중 차이가 있어 수익률 격차가 생겼다.

미국 기업에만 투자하는 SOXX와 달리 SMH는 TSMC나 ASML처럼 미국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또 SOXX는 투자하는 34개 기업 중 상위 5개 종목의 가중치를 8% 내외로 제한하지만, SMH는 26개 기업 중 상위 3개 종목의 가중치를 20%로 제한한다.

이에 SOXX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폭발적 주가 상승을 제한적으로만 흡수하게 됐다. 지난 7일 기준 SOXX는 엔비디아를 8.08% 보유하고 있지만, SMH는 20.1% 보유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포트폴리오 비중(8.12%)이 엔비디아보다 더 높은 등 SOXX의 시가총액 비중 수정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시가총액은 엔비디아보다 약 18배 낮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은 “반도체지수 투자는 시가총액 가중방식에 가까울수록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며 “블랙록의 SOXX가 추종하는 ICE반도체지수는 상위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정 방식이 개별 기업 리스크를 줄여 하락장에서 빛을 발한다는 통념도 올해에는 통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SOXX는 28.6% 떨어졌지만, SMH는 26.5% 하락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4거래일간 수익률을 비교해도 SMH는 15.9%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SOXX는 18.2% 떨어졌다.

미국의 중소형 반도체 기업들이 대중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국면에서 주가 하락이 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동일가중 투자를 진행하는 ‘SPDR S&P 반도체(XSD)’ ETF를 살펴봐도 올해 수익률(-36.2%)과 상호관세 발표 이후 수익률(-21.3%)에서 SMH나 SOXX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SMH보다 SOXX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SOXX는 SMH와 달리 서학개미 보유금액 톱50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SOXX와 같은 지수를 일일 3배로 추종하는 SOXL의 인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 세계적인 투자량을 보면 SMH의 순자산(약 24조원)이 SOXX보다 약 1.75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