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조업 잣대로 금융회사 무리한 제재"

오대석 기자(ods1@mk.co.kr),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4.08 17:55:14 I 수정 : 2025.04.08 19:48:13
국고채 입찰 담합 조단위 과징금 예고 … 증권사·은행 반발
입찰 총액 76조를 매출 간주
"판매 아닌 중개했을 뿐인데
공정위가 특수성 인정 안해"
금융사 채권시장 참여 위축땐
국채 조달비용 늘어날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입찰 담합 혐의로 주요 증권사와 은행에 최대 11조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예고하자 금융·증권업계에선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제재로 국고채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공정위와 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국고채 전문딜러(PD)로 지정된 15개 금융사에 입찰 담합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들 금융사의 입찰 관련 매출액을 총 76조2346억원으로 산정했다. 매출의 10~15%를 적용했을 때 과징금 규모는 7조6235억~11조43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에 대해선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제재 대상 15개사 가운데 3곳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통해 과징금 일부 또는 전액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2023년부터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기관이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응찰금리를 교환해 낙찰금리에 영향을 줬다는 혐의가 핵심이다. 보고서에는 임직원 13명에 대한 형사고발 방침도 담겼다.

공정위는 추후 열릴 전원회의에서 업체들의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조만간 기업들의 의견 제출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원회의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오는 11~12월께 열릴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의견 제출 기간 연장 여부 등에 따라 관련 절차가 완료되면 심의일을 지정해 전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과징금은 2017년 시장 지위 남용으로 퀄컴에 부과한 1조311억원이다. 금융·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심사보고서와 관련해 공정위가 국고채 입찰 구조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시장 담합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PD사들은 입찰 참여 자체가 수익 중심이 아닌 공적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국채를 인수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시장보다 비싼 가격에 국채를 사들이고 이후 유통 시장 차익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 교환 행위가 담합 목적이 아닌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낙찰 점수를 확보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PD사 관계자는 "전체 입찰에서 평균 120여 개의 응찰금리가 제출되는 가운데 교환된 호가는 평균 10개 미만으로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조업 입찰 담합 기준을 금융시장에 그대로 적용해 과징금이 과도하게 산정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PD사의 국고채 인수액 전체를 '관련 매출액'으로 간주하고, 이 금액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는 실질 수익이 아닌 거래 총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과도한 제재로 국가 재정 조달과 금융시장 운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제재로 국고채 PD들의 활동이 위축되면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채권 시장 관계자는 "경쟁입찰 참여가 줄고 금리가 상승해 조달 비용이 증가하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대석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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