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동이 정배 아니었나”...원자재 ETF 수익률은 역순, 이유는?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입력 : 2025.04.02 06:52:31
中부양책 발표·美관세 전쟁에
산업재 구리 선물값 고공행진
구리선물 ETF 한달 수익 10%

안전자산 선호에 金 인기 여전
금현물ETF 순자산 2635억 쑥




올림픽 시상대에서는 금·은·동 순으로 가치가 높았다면 최근 원자재시장에서는 정반대 순서로 가치가 뛰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원자재·금속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동(구리), 은, 금의 순서대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구리선물(H)’ ETF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0.59%인 것으로 집계됐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같은 기간 원자재와 금속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위는 9.54%의 수익률을 올린 ‘KODEX 은선물(H)’이 차지했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골드선물(H)’과 ‘KODEX 골드선물(H)’은 3위와 4위로 각각 8.91%, 8.9%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금속 가격은 산업 활용 비중에 더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재로서 생산량 대부분이 전력과 친환경 발전,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용으로 소비된다. 구리는 산업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박사라는 뜻으로 ‘닥터 코퍼’라는 별명도 있다.

은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성격도 있으나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재로 쓰이는 금속이다. 전기와 열 전도성이 높아 반도체와 태양광, 전기차 산업 등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금은 셋 중 가장 산업재로서의 성격이 낮은 금속이다. 전체 수요 중 10%가량이 산업용으로 쓰이고 대부분이 귀금속 투자나 보석류 제작에 쓰인다.

최근 특히 구리 선물의 수익률이 높게 나온 것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과 미국에서의 구리 관세 부과 우려로 인한 사재기 지속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따르면 5월분 구리 선물 가격은 최근 한 달 동안 11.04% 올랐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구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구리를 포함해 주요 광물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관세 부과 발표 전 선제적으로 구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구리의 미국행 선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4월 구리 수입량이 20만t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말로 예상했던 구리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9월에서 11월로 앞당기기도 했다.

구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50.5를 기록하는 등 지난달 열린 양회에서 발표한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구리 선물 ETF가 런던금속거래소(LME)가 아닌 COMEX에 상장된 선물에 투자하는 것도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오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COMEX에서 구리 선물은 11% 상승한 데 비해 LME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3.76%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으로 구리 수요가 집중되면서 수익률 차이가 벌어졌다.

수익률과 별개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KRX금현물’의 순자산은 최근 한 달 동안 2635억원 늘며 전체 ETF 중 순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4.03 07:59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