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숙집이 뷔페식당을 겸하고 있어 점심도 하숙집에서 먹고 싶다면 별도로 돈을 내면 된다.
식대는 7천원.
최씨는 "석박사·졸업생들도 방을 안 빼고 신입생들은 12월에 수시 합격하자마자 계약해버리니 개학 전부터 만실"이라면서 "아침과 저녁을 챙겨주니 기숙사를 선호하던 학부모들도 하숙집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숙사에서 1년 살다가 작년부터 이 하숙집에서 묵고 있는 고대 영어영문학과 A(22) 씨는 "월세가 저렴하다 보니 부모님께서 먼저 이 집을 알아보고 제안했다"면서 "채식주의자라 밖에서 사 먹기가 쉽지 않은데 하숙집의 뷔페식 식당은 반찬이 여러 개라서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하숙집 식당 여전하네'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하숙집에서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2025.04.02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에서 7년간 하숙집을 운영해온 60대 김모 씨도 "저희 집은 학기 시작 한 달 전에 대부분 만실이다"라며 "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났는지 한번 들어온 학생은 잘 나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하숙집도 뷔페식 밥을 제공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50만원대로 평일 아침·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따로 전기세를 받지 않는다.
김씨는 "학생들이 아들, 딸 같다는 생각에 7년간 월세를 거의 올리지 않았는데 식자재비와 전기료가 너무 올라서 고민이 많다"며 "과거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활발하게 했는데 요즘에는 경기가 힘든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월세를 올리겠다고 얘기를 못하겠다"고 밝혔다.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한 줄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고려대 교우회관 학생식당에서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2025.04.02
대학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도 인기다.
지난달 27일 아침 고려대 교우회관 학생식당에는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한 학생들로 키오스크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학생 손모(21) 씨는 "이 가격에 매일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나"라면서 "주 3회는 천원의 아침밥을 꼭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최모(22) 씨는 "집에서 떠나 살다 보니 집밥이 그리울 때가 많은데 영양을 생각한 건강한 식단이 장점"이라고 했고, 박모(20) 씨는 "꼭 수업 전에 들러서 든든하게 배 채우고 하루를 시작하면 공부도 더 잘 된다"고 밝혔다.
동국대 재학생 김모(29) 씨도 "자취하다 보면 시간에 쫓겨서 아침을 못 챙겨 먹는 날이 많은데 '천원의 아침밥' 덕분에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며 "1일 200인 한정이라 조금만 늦으면 이미 매진인 경우가 많아서 양을 좀 더 늘려서 지속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파인 다이닝 '모수'의 요리들 [손예진 인스타그램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 한끼 수십만원 파인다이닝·10만원 넘는 호텔 빙수 이렇듯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이들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선 한 끼에 수십만원 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하려는 이들로 티켓팅 전쟁이 벌어진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명성을 얻은 안성재 셰프의 파인다이닝 '모수'에서의 저녁 식사 비용은 1인당 42만원에 달한다.
테이블당 와인 1병까지 반입할 수 있고 콜키지 비용은 20만원이다.
8세 이상 어린이라 하더라도 성인과 동일한 코스 주문이 필요하다.
지난해 재정비를 위해 영업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22일 재개장한 모수가 그에 앞서 지난달 8일 오전 10시 향후 3개월 동안의 테이블 예약을 받자 빠르게 마감됐다.
재개장하자마자 배우 손예진 등 유명인의 발길이 이어지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예약창에 들어가 보니 예약은 물론, 빈자리 알림 설정마저도 대기인원이 많아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는 모수 예약권을 양도받겠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한 작성자는 "날짜 상관없이 모두 구한다.
많이 쳐 드리겠다"며 '웃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수가 가장 비싼 식당도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한 끼 식사가 그보다 더 비싼 식당들이 많다.
빈자리 예약 신청도 어려운 '모수' [캐치테이블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디저트도 양극화다.
누구는 몇백원짜리 봉지 커피를 마시지만, 누구는 수십만원짜리 케이크나 빙수를 먹는다.
국내 프리미엄 호텔에서 판매하는 빙수 가격은 이미 10만원 안팎으로 올랐지만 매년 여름만 되면 먹겠다는 이들로 긴 줄이 생긴다.
시그니엘서울은 지난해 여름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전년(12만7천원)보다 2.4% 오른 13만원에 판매했다.
서울신라호텔도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전년보다 4.1% 오른 10만2천원에, 그랜드 워커힐 서울 더 파빌리온은 멜론 망고 빙수 가격을 5.8% 올려 7만3천원에 팔았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망고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만큼 매년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며 "준비한 수량은 대부분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호텔에서 7만원대 빙수를 사 먹은 직장인 이은서(30) 씨는 "호텔 빙수가 유행이라 해서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가서 먹었다.
인기가 많은지 예약이 필요했다"며 "기분 내는 용도로 1년에 한 번쯤은 먹을 만해 보였다"고 말했다.
작년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도 최고 40만원까지 올랐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2일 "사람들이 소비하는 패턴, 시장에서 제공되는 상품이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양화된 상황"이라며 "경제적 수준이 양극화된 면도 있지만, 부자라고 해서 매일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것은 아닌 만큼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 망고빙수 [인스타그램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 벌어지는 소득 양극화…"무력감 들어" 한국의 소득 양극화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간 소득 격차는 2억32만원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래 처음으로 2억원을 넘겼다.
홍범교 전 한국조세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조세연에서 발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가 한국 전체 부의 25.4%, 상위 10%는 5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50%의 비중은 5.6%에 불과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득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경기 불황과 함께 사회복지 정책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모(28) 씨는 "이사비·월세 지원 등 청년 정책에 틈만 나면 기웃거리는데, SNS에서 주변 사람들이 소위 '플렉스'(flex·부를 과시하는 행위)하는 모습 보면 힘 빠진다"면서 "50만원짜리 호텔 케이크가 나왔다고 해도 어차피 나를 위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눈길도 안 준다"고 토로했다.
사회 초년생 이모(27) 씨는 "요즘 1만원 아래 식당을 찾기도 쉽지 않고 임금에 비해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최대한 회사 식권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에 해외여행을 5번씩 가는 친구도 봤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면서 "예전보다 친구들의 씀씀이 격차가 많이 벌어진 것 같고 일만 해서는 자산을 부풀리기 어렵겠다는 무력감도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2024년 신라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호텔신라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