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시행되면 '반쪽짜리'로 전락?…한미 FTA 운명은
입력 : 2025.03.30 07:57:48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4월 2일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무차별 관세 정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유로운 무역환경 조성을 위해 상호 무관세를 지향하는 FTA 취지에 반해 미국이 한국에 대해 관세 장벽을 높인다면 한미 FTA가 반쪽짜리 협정으로 전락하면서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 신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판을 짜는 만큼 한국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교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美 4월2일 상호관세 재확인…'한미 FTA로 韓 예외' 기대 사라져 30일 외신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는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국가"를 상대로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호관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를 매기는 개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관세뿐 아니라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두루 고려하는 방식으로 상호관세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연합뉴스]
중국 같은 경쟁국은 물론 동맹국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 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리라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처음 언급했을 때만 해도 한국 내에서는 한미 FTA 체결로 상호관세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존재했으나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한국 통상 당국 역시 '한미 FTA 효과' 기대보다는 상호관세 부과를 상수로 두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심하며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 상호관세에도 한국은 '신중모드' 예상 트럼프 대통령이 FTA 체결국에도 무차별적 상호관세를 추진하는 것은 FTA로 인해 상대국이 미국보다 더 큰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미국이) 우방과 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착취당했다"며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백악관 역시 지난 26일 외국산 수입 자동차에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미 FTA 등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해 자동차 추가 관세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인식을 내보였다.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도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7년 처음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처음 발효된 한미 FTA를 '불공정 무역'의 사례로 지목하고, 이후 미국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재협상을 추진, 결국 2018년 한미 FTA 개정을 관철했다.
그러나 한미 FTA 개정 이후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커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규모는 2018년 138억달러에서 2019년 1월 1일 한미 FTA 개정의정서 발효 직후인 2019년 114억달러로 전년 대비 17.4%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 2024년 557억달러로 5년 연속 증가했다.
한국 통상 당국은 대미 수출 증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증설하면서 기계·설비 반입이 늘어나는 등 '투자 유발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역적자에 특히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봉을 피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제품에 붙는 관세는 최소 25% 이상이 될 전망이다.
FTA 체결로 현재 한미 간 대부분 상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상태지만,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만 25% 이상의 관세가 붙는다면 한국은 'FTA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대응해 보복관세 등 조치를 예고하는 등 미국과 맞서고 있지만,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같은 길을 가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관세에 맞대응하는 경우 추가 보복 우려가 있고, 수입산 미국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국내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군사·안보 등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더 많아 대미 외교·통상 정책에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한미FTA 재개정?…챕터·사이드레터 보완 가능성, "정교한 대응 필요"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무역협정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그 틀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련 포고문에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는 자동차 수입 부품에 대해서는 일단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USMCA는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해 2020년 7월 발효된 무역협정으로, 역시 자유무역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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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무역안보관리원장은 "USMCA 적용 제품에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기존 무역협정이나 FTA 등의 틀을 완전히 깨지 않고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상호관세를 고려할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고 짚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 등 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미국이 짜는 새로운 무역 질서의 판에서 불리하지 않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기존 협정 내 새로운 챕터(조항)를 삽입하거나 사이드레터(부속서한)를 작성하는 형식의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민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판을 짜는 상황에서 양자 협상을 통해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에게 보다 유리하게 판이 짜일 수 있도록 면밀한 분석과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dk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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