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쑥쑥 오르고 배당도 빵빵 큰손들 '뉴 M7'으로 갈아탔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3.28 17:51:36 I 수정 : 2025.03.28 19:40:26
美대표 가치성장주, ETF로 투자하기





17조2286억원. 요즘 뜨는 미국 3대 가치주 상장지수펀드(ETF)로 최근 일주일(3월 17~21일)간 몰려든 자금 유입액(24일 환율 적용)이다. 뱅가드밸류(VTV)와 찰스슈와브 미국 배당주(SCHD·슈드), 블랙록 배당성장(DGRO) 등이 3대 ETF다. 이들 ETF는 저평가된 개별 종목들과 배당금을 인상해주는 배당성장주로 이뤄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투자 물살'을 바꾼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대세라며 투자 비중을 조절하라는 의견이다. 성장주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현재보다 미래 수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주가가 고평가된 곳이 많다.

데이비드 캘리 JP모건자산운용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외부 여건(트럼프 관세 악재)도 안 좋았지만, 미국 성장주는 고평가됐기 때문에 하락한 측면이 더 강하다"며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자금을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월가는 가치주와 성장주의 장점만 갖춘 주식을 찾아나섰다. 그 요건은 주당순이익(EPS)이 쭉쭉 오르고, 배당도 올려줘야 한다는 것. 이런 종목은 '가치성장주'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됐다. 월가 일각에선 '뉴 매그니피센트7'이라고도 부른다. 애브비, 존슨앤드존슨(J&J), 엑손모빌, 코카콜라, 버크셔해서웨이, 일라이릴리, 비자 등이다.

안정 성향의 투자자들은 7대 종목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VTV, 슈드, DGRO에 열광하며 돈을 넣고 있다. 이들 ETF의 '간택'을 받은 종목들로 수급이 쏠려 주가가 더 오르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종목을 좀 더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제약주 강해…간접투자하려면 DGRO·슈드

애브비와 같은 배당성장주를 다수 품고 있는 슈드의 주가는 올 들어 3월 24일(현지시간)까지 2.8% 올랐다. 미국 시장(S&P500 기준)이 1.9%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을 이겼다. 다만 슈드의 넘버원 보유 종목 애브비 주가는 같은 기간 17.7% 뛰었다. ETF가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수익률에선 개별 종목을 따라갈 수 없는 셈이다. 슈드 내 애브비 보유 비중은 4.96%다. 이날 기준 애브비 등 101개 종목을 담고 있다.

가치주로의 머니 무브는 슈드로 순자금이 유입되는 추이를 보면 된다. ETF체크에 따르면 2월 셋째주 2억4240만달러가 순유입됐는데 3월 셋째주에는 78억4130만달러가 들어왔다. 한 달 새 32배 급증했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높은 수익을 주는 주식보다는 배당을 또박또박 주는 '월급'과도 같은 주식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

배당성장형 ETF라는 점에서 슈드와 곧잘 비교되는 DGRO 역시 애브비를 가장 많이 들고 있다. 다만 그 비중은 3.33%에 그친다. 그만큼 슈드보다 더 분산돼 있다고 보면 된다. 대박과 분산은 함께 갈 수 없다. DGRO의 올해 주가수익률은 1.3%로 슈드보다 낮았다. DGRO의 넘버 2, 3위 종목은 각각 J&J(3.32%), 엑손모빌(3.1%)이다. 3%대 종목이 톱3 종목일 정도다. 보유 종목이 400개가 넘는다.

2014년 6월 블랙록이 내놓은 DGRO는 최근 5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한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보다는 배당성장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제약사 1, 2위는 각각 J&J와 애브비다. 자연스레 가치주 ETF에서도 보유 비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애브비는 차세대 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지'와 '린보크'로 실적 추정치가 오르고 배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브비의 올해 예상 EPS는 12.29달러에 달한다. 작년 EPS(7.71달러)가 59.4%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애브비의 올해 예상 연간 주당 배당금은 6.54달러다. 증권가 관계자는 "애브비는 매년 인플레이션 이상의 배당금 인상(5%)을 기대하며 노후 대비용으로 사 모을 만한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J&J 주가도 올 들어 13% 가까이 올랐다. 올해 이 주식의 EPS는 10.58달러로 추정된다. 최근 1년 성장률이 26.2%다. 연평균 배당 인상폭도 애브비와 비슷한 5.1%다. J&J와 애브비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전통 가치주에 가깝다. 그러나 비만 치료제로 뜬 일라이릴리야말로 가치성장주라는 칭호가 어울린다는 평가다. 일라이릴리의 올해 예상 배당은 주당 5.99달러로, 사상 처음 6달러를 노크하고 있다. 이는 2021년 이후 연간 15.2%씩 복리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

배당 연 15%씩 올려주는 일라이릴리·비자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VTV는 버크셔 주식을 3.46%(비중 1위) 담고 있다. 버크셔는 섬유에서 출발해 보험·에너지·소비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버핏은 100% 인수할 만큼 가격이 싸지 않다고 판단되면 지분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을 취했다. 자체 사업 분야 이익에선 보험업이 중요하다. 보험금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면서 2024년 EPS가 전년 대비 27% 급증하기도 했다.

버크셔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의결권이 없는 B주 기준으로 올 들어 16% 올랐다. 버크셔는 대표적 경기방어주이면서 자체 사업에서 업종을 골고루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ETF와도 같은 주식이란 평가다. 이런 주식을 골고루 담고 있다 보니 VTV의 인기도 상승세다.

2월 셋째주 VTV로 들어온 순자금 유입 금액은 3억1530만달러다. 한 달 후인 3월 셋째주엔 28억8230만달러가 유입됐다. 한 달 새 9배 넘는 투자자금이 들어올 정도로 V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로 블랙록에 이어 세계 2위인 뱅가드가 만든 ETF다. 구성 종목 수는 25일 기준으로 버크셔 등 343개다. 보수율은 0.04%로 저렴한 편이다.

VTV 역시 애브비와 J&J를 담고 있으나 비중이 1%대로 낮은 편이다. 그 대신 JP모건과 엑손모빌을 비중 2, 3위로 담고 있다. '트럼프 2.0' 행정부의 주요 정책 중에는 에너지 패권 회복이 명시돼 있다. 이는 엑손모빌과 같은 미국 에너지 회사들 주가엔 호재로 작용한다. 엑손모빌 주가는 올 들어 7.7% 올랐다. 엑손모빌 배당률은 3.5% 수준이며, 2021년 이후 4개년 평균 3.5%씩 배당금이 인상됐다.

신용카드 회사 비자도 VTV 등 3대 ETF 안에 포함돼 있다. 전 세계적인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비자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다. 9월 말 결산인 이 카드사의 올해 예상 EPS는 11.29달러다. 2024년 대비 EPS 성장률은 12.8%다. 배당성장률이 실적 상승률보다 높을 만큼 주주환원에 진심이다. 최근 4개년 평균 배당성장률은 15.4%에 달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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