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으로 주요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산업용 전기 판매량마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사용량은 경기 판단의 주요 지표로 활용돼 왔다.
26일 한국전력공사(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4.0% 줄어들었던 판매량은 12월 2.5% 감소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4.6% 줄어들었다.
특히 제조업에서 산업용 전기 판매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4.7% 감소하더니 12월에도 2.6% 줄고 지난 1월에는 4.9% 감소했다. 전체 산업용 전기 판매량 감소율보다 더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이다.
석유화학 등 업황이 악화된 제조업종이 공장 가동률을 잇달아 줄이며 산업용 전기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주요 기초화학사업 품목 설비 가동률은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나프타분해설비(NC) 가동률은 81%로 전년(87.8%) 대비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폴리에틸렌(PE) 가동률도 2023년 93.4%에서 지난해 88.8%로 줄어들었다. 벤젠·톨루엔·자일렌(BTX) 가동률은 2023년 70%였지만, 지난해 54.3%로 급락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경기 악화로 인해 석유화학 업종에서 조업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업용 전기 판매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도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가정용·일반용 전기요금의 두 배에 달했다. 해당 기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80원 인상됐지만 가정용 전기요금은 40.4원 올랐다.
경총이 철강, 화학 등 전기료 민감 업종 112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전기요금 납부액은 2022년 대비 36.4% 증가했다. 매출액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5%에서 10.7%로 상승했다.
이처럼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이 장기적으로 한전의 고객사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전력직접구매제도가 시행된다면 기업들이 도매시장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2월 kWh당 19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kWh당 100원 정도인 전력도매가격(SMP)에 망 사용료를 더해도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저렴한 상황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전력을 공급할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며 "자가 발전, 전력 직거래, 전력직접구매제도 등이 대표적인데 이처럼 선택지가 다양화되면 한전의 고객사였던 기업들의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기업들의 전기 사용이 줄어들면 한전의 재무구조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가 회수율이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한전의 주요한 수익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