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서 구리선물 5.2弗 돌파 올해 들어 상승률 30% 육박 美관세 불안감에 사재기 움직임AI 데이터센터 수요도 견조 中 강도높은 부양책 겹쳐 탄력 칠레제련소 중단 등 공급난 우려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공급 부족 위기감과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이 겹치면서 앞으로 최대 30%까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5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32% 증가한 파운드당 5.210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구리 가격은 장중 최대 파운드당 5.2285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5월 20일 장중에 기록했던 5.1999달러다.
이날 상승으로 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29.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구리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보다 가격이 더 급격히 오르고 있다. 이날 LME 구리 3개월물 가격은 t당 1만112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상승률 15.33%를 기록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구리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증권(ETN)들은 이날 하루에만 6%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60%에 가까운 연중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구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 불안감과 공급 부족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구리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자 관세가 확정되기 전 구리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 업체 머큐리아에너지그룹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의 구리 수입량은 약 50만t으로 월평균 수입량인 7만t을 한참 웃돈다. 회사는 또 "구리 가격이 t당 1만3000달러까지 비싸질 수 있다"며 "현재보다 30%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5일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수입 구리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향후 수개월 내 미국의 구리 순수입이 50~10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구리 수요도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여전히 견조하다. 구리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한 전력망의 필수 재료다.
최근 마이크론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AI 데이터센터용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 업체 중 하나인 스위스 글렌코어가 칠레 알토노르테 제련소에서 일시적으로 구리 출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 부족 위기감이 겹쳤다. 여기에 구리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열린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재정 적자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확대했다. AI 등 첨단산업 굴기를 강조한 만큼 중국 내 구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관세 쇼크로 구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구리가 더 이상 경제 선행 지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리 가격은 건설, 제조업 등 핵심 산업 분야 수요로 결정돼 경기에 선행하는 '닥터 코퍼'로 불려 왔다.
스콧 그레이 스톤X 애널리스트는 "경제적 건전성의 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