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의 경고...“출산율 0.75 지속되면, 205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

최종일 매경닷컴 기자(choi.jongil@mkinternet.com)

입력 : 2025.03.14 20:13:34 I 수정 : 2025.03.14 20:21:4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한국의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한국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출산율이 인구감소와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재는 그 해결책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할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재차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의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로 집계됐고 2023년(0.72)보다 소폭 상승했다”며 “긍정적인 소식이라 반갑지만 0.75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을 시사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감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줄어들면 환경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에너지 소비가 줄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아지는 등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0.75라는 수치는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짚었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 0.75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 모두 인구감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두 출산율 수치의 차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냐를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현재 출산율 0.75가 지속되면 한국인의 인구는 5170만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한다고 했다. 그는 연평균 인구감소율은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오전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험(GEEF 2025)에 참석한 (왼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윤동섭 연세대 총장. [사진 출처 = 한국은행]
반면 출산율이 1.4이면 50년 후 인구는 현재의 83%인 4300만명 수준으로만 감소한다고 했다. 연평균 인구감소율도 -0.4%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인구감소율 차이만 고려하더라도 두 경우의 GDP성장률은 매년 0.4%포인트 차이를 보인다”며 “여기에 혁신과 창업을 주도하는 청년층이 줄어들면서 경제의 역동성과 창의성이 저하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 경제성장률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수준에서 2040년 후반에는 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출산율 0.75가 지속되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출산율이 1.4 수준이면 2050년에도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출산율이 낮아져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경제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되고 세대·계층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하락한 배경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과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을 꼽았다. 사실상 서로 깊이 연결된 문제인 만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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