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만명 피해 보는거 아냐?”...결국 새 주인 못 찾은 MG손보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입력 : 2025.03.13 19:21:50
입력 : 2025.03.13 19:21:50
노조 ‘전원 고용’만 되풀이
결국 보험 계약자들만 피해
124만명 1756억 손해 우려
결국 보험 계약자들만 피해
124만명 1756억 손해 우려

MG손해보험이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주요 배경에 MG손보 노동조합의 발목 잡기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의 인수 포기를 공시한 후 밝힌 그간 협상 과정을 보면 노조는 예금보험공사와 메리츠화재가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전 직원 고용승계’만을 되풀이하며 맞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9일 예보는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메리츠화재로 정했다. 하지만 MG손보 노조는 인수 절차의 출발점인 회사 실사부터 곧바로 막았다. 민감한 경영 정보라는 명분을 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보험사의 정상화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두 달간 실사도 하지 못한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9일 예보에 실사와 고용 조건 등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서 제출을 요청했다. 수용 가능한 고용 규모와 위로금 수준을 협상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같은 달 26일 예보는 노조와 실사에 대해 합의한 내용을 메리츠화재에 공문으로 회신했다. 실사 개시 후 고용 규모와 위로금 수준에 대해 성실 협의를 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예보가 지난 11일 관계자들과 고용 수준을 협의하기 위해 12일 회의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불참했고, 다음 날인 13일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했다.

대외적 쟁점은 고용승계지만 실질적으로 노조가 협상 자체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용승계 조건은 보통 실사를 하면서 노조와 인수자 간 밀고 당기기를 하는데 메리츠화재가 선제적으로 ‘10% 고용승계’안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럼에도 노조는 무조건 ‘메리츠화재는 싫다’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또 야권을 중심으로 민간 보험사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보가 MG손보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혜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야권에서는 몇몇 은행을 거론하며 인수 대상자로 검토하라는 요구도 했다.

5수 끝에 겨우 인수자를 찾았던 예보로서는 메리츠화재마저 포기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예보는 일단 추가로 인수 희망자를 찾아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개매각에서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이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우협대상자를 선정한 상황에서 MG손보를 희망하는 대상을 찾긴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이번처럼 소극적이고 관망하는 태도라면 어느 누구도 들어오려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실패로 인해 청산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결국 피해는 MG손보 계약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계약자는 개인과 법인을 모두 합쳐 총 124만4155명에 이른다. 이 중 5000만원 초과 법인·개인 계약자가 1만1470명으로 이들의 계약 규모만 총 1756억원에 이른다. 또 고령층이나 병력이 있는 사람은 MG손보에서 보험 계약이 강제 해지된 이후 동일 조건의 타 보험사 보험에 가입하기가 어렵거나 가입 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MG손보 매각 실패가 현재 보험업권에서 진행 중인 인수·합병(M&A)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예를 들어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려는 것은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명확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MG손보 사례가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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