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빈발하는 '퇴사자 정보 유출' 사건…깊어지는 업계 고민
김주환
입력 : 2025.03.01 11:00:01
입력 : 2025.03.01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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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기사 내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음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흥행 IP(지식재산) 확보에 골몰하는 게임업계가 영업비밀 유출 분쟁으로 시끌시끌하다.
단순히 기존 성공작을 참조하는 것을 넘어, 퇴사자가 기존 회사에서 개발하던 게임 데이터를 반출해 물의를 빚는 일까지 발생하며 업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신생 게임사 디나미스원 관계자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달 말 이 회사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디나미스원은 넥슨게임즈[225570]에서 히트작 '블루 아카이브'를 만든 PD 등 핵심 개발진을 주축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디나미스원은 작년 9월 첫 작품으로 '프로젝트 KV'를 공개했는데, 전반적인 설정·음악·캐릭터 디자인 등이 '블루 아카이브'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8일 만에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넥슨게임즈는 지난해 디나미스원 관계자들이 퇴사하면서 미공개 신작 프로젝트 데이터를 무단으로 반출한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게임즈의 모회사 넥슨코리아도 퇴사자들이 세운 기업 아이언메이스와 수년째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과거 신규개발본부 '프로젝트 P3' 개발 팀장으로 근무하던 최모 씨가 소스 코드와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퇴사 후 빼돌린 자료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2021년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심에서 아이언메이스 측이 넥슨에 입힌 영업비밀 유출 피해와 관련해 8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넥슨 측이 주장한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전액 인용하며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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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메이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퇴사자의 창업이 잦은 게임 업계에서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2007년 엔씨소프트[036570]에서 차기작 '리니지3'를 제작하던 개발자들은 퇴사 후 신생 기업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를 만들었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리니지3 개발실장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퇴사 과정에서 기획 자료, 소스 코드 등을 유출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그 결과 주요 관계자들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소송에 휘말린 블루홀스튜디오는 이후 내놓은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에 힘입어 현재 국내 시가총액 1위 게임사 크래프톤[259960]이 된다.
신작 정보로 독립해 창업하는 극단적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내부 정보를 외부에 고의로 유출해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1년 패치 내용을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상향 예정인 아이템을 미리 사재기한 직원을 적발해 해고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서비스하는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서도 2023년 게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데이트 계획을 지인에게 유출한 직원이 적발됐다.
영업비밀 유출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게임사들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사태를 지켜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개발 자료는 개인 저장장치나 외부 서버로 유출할 수 없게 보안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직원 교육에서도 미공개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누설하지 않도록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직원이 작정하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현실적으로 100% 차단은 어려운 만큼, 고의적인 정보 유출에 대해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엄정한 '일벌백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ju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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