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이 행복한 나라’ 핀란드...“동물복지 세계 최고”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입력 : 2025.02.24 09:30:00 I 수정 : 2025.02.24 09:55:18
핀란드, 세계 최강 동물복지법 적용
“가축도 감정 있기에 행복하게 돌봐야”
“가축이 건강해야 축산물 품질도 좋아”
“사람·가축·환경 하나인 원헬스 추구”
양돈농장 분만틀 2035년 전면 금지 예고


주한 핀란드 대사관의 옌니 낄홀마(Jenni Kiilholma) 농업·식품 참사관이 자국의 동물복지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주한핀란드대사관>
청정국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가 동물복지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가축에게도 행복하게 살 권리를 부여하는 동물복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개념이다. 유럽 내 많은 국가들에서 동물복지 인증 제도를 도입해 관련 인증을 받은 축산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극히 일부 농장들이 동물복지를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 인식이 따르지 못하다보니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란드는 유럽에서도 가장 강한 동물복지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모든 농장들이 작년부터 새롭게 강화된 동물복지법에 따라 가축을 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장들이 이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감독 관청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동물복지를 엄격하게 의무화하고 있다.

핀란드에 있는 ‘동물복지’ 양돈농장 우리 안에서 돼지를 돌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주한핀란드대사관>
핀란드는 왜 동물복지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일까. 최근 주한 핀란드 대사관은 국내 일부 언론을 초대해 자국의 동물복지 운영 상황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의사이기도 한 옌니 낄홀마(Jenni Kiilholma) 대사관 농업·식품 참사관은 핀란드가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생산용 가축이라 하더라도 살아 있고 감정을 느끼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돌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하게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동물들은 질병도 쉽게 걸리지 않는다”며 “이렇게 건강한 동물은 항생제와 같은 약물도 필요치 않기 때문에 식품으로서 품질도 당연히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핀란드는 유럽에서도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 양이 가장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사용량이 매년 꾸준하게 줄고 있다.

핀란드의 동물복지는 큰 틀에서 ‘원 헬스(one health)’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원 헬스는 사람과 가축, 자연의 건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낄홀마 참사관은 “우리가 가축을 잘 보살피고 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하면 사람도 좋은 영향을 받고 그 결과로 환경에도 좋은 영향이 끼쳐질 것”이라며 “반대로 우리가 환경을 잘 보살피면 그 결과로 우리도 보살핌을 받게 되고 나아가 동물들도 보살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이야 로티넨(Eija Rotinen) 핀란드 외교부 바이오·순환경제 특사가 자국 식품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주한핀란드대사관>
그렇다면 양돈 농장 기준으로 핀란드의 동물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돼지가 본성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농장 운영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낄홀마 참사관은 “돼지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돼지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무리지어 밥 먹고 바닥을 파헤치고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일반 농장에서는 돼지 배설물이 바닥으로 빠져 나가도록 하기 위해 구멍 뚫린 철창 같은 자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곳에서는 농장 우리 바닥 면적의 3분의 2는 돼지가 발을 디디고 설 수 있도록 막힌 자재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돼지 꼬리 자르기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돼지들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뭔가를 물어 뜯으려는 성질이 생기는데, 이 때 다른 돼지의 꼬리를 입으로 뜯게 되고, 그로 인해 상처가 나거나 감염이 일어날 수 있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돼지 꼬리를 사전적으로 잘라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낄홀마 참사관은 “핀란드에서는 돼지 꼬리 자르기는 불법”이라며 “대신에 돼지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마리당 생활공간을 더 넓게 만들어주고 소규모로 무리 지어서 같이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팀요스 니니오스(Thimjos Ninios) 핀란드 중앙농업생산자·산림소유자연합(MTK) 수출 디렉터가 자국 축산물 브랜드인 노포(NOPO)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주한핀란드대사관>
또 하나 차별화되는 점은 거의 모든 양돈 농장에서 사용하는 분만틀을 오는 2035년부터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낄홀마 참사관은 “분만을 앞둔 모돈을 가둬 두는 분만틀을 완전히 없애고, 출산 전에 넓은 우리 안에서 편안하게 분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국내산 사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핀란드의 차별점이다. 낄홀마 참사관은 “사료의 85~90% 정도를 밀과 귀리와 같은 국내산 곡물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비중을 최대한으로 낮춤으로써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이렇게 생산한 축산물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국내 축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에이야 로티넨(Eija Rotinen) 핀란드 외교부 바이오·순환경제 특사는 “청정한 국가에서 동물복지 시스템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고품질의 축산물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식품 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핀란드의 식량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축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 ‘NOPO(Nordic Pork and Poultry from Finland)’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팀요스 니니오스(Thimjos Ninios) 핀란드 중앙농업생산자·산림소유자연합(MTK) 수출 디렉터는 “노포(NOPO)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 고품질 사료, 그리고 깨끗한 물을 축산물 생산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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