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엄포에 벤츠 美생산 늘려…한국GM 철수설 또다시 '고개'
벤츠 "관세로 1조5천억원 이익 줄어"…美서 신모델 출시 등 생산 늘릴 듯GM "관세 장기화시 공장 이전 검토"…GM 잦은 철수 사례에 한국GM 비상
김보경
입력 : 2025.02.24 06:00:02
입력 : 2025.02.24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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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 예고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미국 공장 생산능력(캐파)을 늘리거나 현지 공장을 신설하는 것인데 현대차그룹에 이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러한 방안을 타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을 비롯해 다수 해외 생산기지를 보유 중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관세 효과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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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 獨벤츠 "관세로 1조5천억원 이익 감소"…美생산 늘릴듯 24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벤츠의 하랄드 빌헬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0일 투자 설명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1%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벤츠 승용차 사업부는 매출과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EBIT)이 각각 1천80억유로, 87억유로였는데 영업이익률이 1% 줄어든다는 것은 10억유로(1조5천억원)가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 "우리는 모든 종류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며 관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를 준비 중임을 암시했다.
가장 가능성이 큰 방안은 현지 생산 증대로, 벤츠는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C클래스 또는 E클래스에 속하는 모델을 추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전기차를 비롯해 GLE, GLE 쿠페, GLS를 생산 중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벤츠가 2027년 2분기부터 GLC 크로스오버를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GLC는 작년 미국에서 6만4천163대가 판매되며 현지에서 두 번째로 잘 팔린 모델에 오른 바 있다.
칼레니우스 CEO는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것은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미국에서 더 큰 성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벤츠는 현재 60%가량인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2027년 7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20만대까지 끌어올려 현지 생산 비중을 70% 정도로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며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산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10%에서 2.5%까지 낮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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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 GM CFO "관세 장기화시 공장이전 검토"…한국GM 어쩌나 글로벌 5위 완성차업체이자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은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GM도 비상이 걸렸다.
GM 폴 제이콥슨 CFO는 지난달 29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단기적으로 GM은 많은 자본이나 공장 증설 없이도 관세 영향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관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공장 추가 투자 등에서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콘퍼런스에서 "GM은 이미 해외공장의 재고를 30% 이상 줄였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존 공장의 생산을 전환해 관세 효과에 대응할 능력을 갖췄지만, 관세가 영구화되면 공장 이전 여부와 생산 할당 정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큰 전략 수정 없이도 관세에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장 이전 등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발언은 GM의 한국 생산기지인 한국GM에 큰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GM은 해외 생산기지에서 비용 증감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철수를 결정한 사례가 많다.
2013년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한국GM의 군산공장 문을 닫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수출 비중이 85%에 달하는 한국GM이 관세 부과로 미국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을 경우 GM이 한국사업장의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GM은 연구개발이 생산 분야와 분리됐을뿐더러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2종의 가솔린 차량을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GM에 철수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가 자동차 관세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데 현대차그룹과 달리 한국GM은 국가 차원으로도 협상 파트너가 없는 등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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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vivid@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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