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보물찾기…의류 '오프 프라이스' 매장이 뜬다
유통비용 절감으로 유명 브랜드 의류 최대 90% 할인신세계·현대·이랜드 3파전…고성장에 사업 확대
전성훈
입력 : 2025.02.23 07:01:01
입력 : 2025.02.23 07:01:01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만성화된 고물가 시대를 맞아 의류 할인 유통 플랫폼인 오프 프라이스 매장(Off-Price Retailing Store·이하 OPR)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값비싼 브랜드 옷을 최대 90%까지 깜짝 놀랄 정도의 할인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00년대 초 미국에서 태동한 OPR은 유명 브랜드의 재고나 이월상품을 대량으로 직매입해 유통하는 채널이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는 6천700여개 매장이 운영될 정도로 보편화됐으나 한국에는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현대 오프웍스(OFFWORKS), 이랜드리테일 엔씨픽스(NC PIKS) 등이 국내에서 운영되는 OPR 매장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OPR을 도입한 곳은 이랜드리테일이다.
2013년 당산점을 시작으로 뉴코아아울렛 천호점, NC 강서·송파점 등에 매장을 차렸다.
신세계는 2017년 스타필드 고양에 팩토리스토어 첫 매장을 열었고 이후 매년 꾸준히 늘려 현재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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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픽스 천호점 매장 내부 [이랜드리테일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신세계가 초장기 OPR을 개설한 것은 백화점 직매입 상품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낀 고객들이 몰려들며 매출이 늘자 하나의 정식 유통 플랫폼으로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는 지난 2019년 9월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파이브가든, 송도점, 스페이스원, 대전점 등을 차례로 개설해 현재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OPR의 최대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다.
유수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서 '신명품'으로 불리는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기존의 아웃렛 할인율(30∼50%)을 뛰어넘는다.
이처럼 할인율이 높은 것은 해외 직접 소싱(조달)으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덕이다.
브랜드를 보유한 현지 상품권자와 직접 계약해 재고나 이월 상품을 대량 매입함으로써 중간 이윤을 없애고 할인율을 끌어올렸다.
엔씨픽스의 경우 전담 MD(상품기획자)가 미국과 유럽에 상주하며 매주 신규 매입된 상품을 한국으로 들여온다고 한다.
강도 높은 시장 조사와 고객 수요 조사를 통해 고객의 심리적 가격 저항 수준을 파악하고 그 가격을 충족하는 상품만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가격 역설계' 방식도 활용된다.
물품을 팔레트에 그대로 적재해 대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처럼 매장 공간 구성과 관리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도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엔씨픽스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옷들이 사방에 아무렇게나 진열돼 있어 마치 서울 동묘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인데 파는 물건은 유명 패션 브랜드 상품이라서 다소 어색하면서도 신기하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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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수원점에 있는 팩토리스토어 [신세계백화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로선 OPR의 존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고객의 뜨거운 반응은 매장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출범 7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이 1천억원을 돌파했다.
출범 첫해 75억원에서 13배로 뛴 것이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7조2천억원을 웃도는 백화점과 비교하면 적지만, 성장세만큼은 무섭다.
해당 기간 연평균 거래액 증가율은 48%로 연간 5% 안팎인 백화점의 10배에 육박한다.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며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주요 유통 플랫폼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구매 고객의 30∼40%가 신규 고객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엔씨픽스 매장도 고객 재구매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10월 재단장해 문을 연 엔씨픽스 천호점의 경우 그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2배로 늘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악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까지 겹쳐 올해 내내 소비재 물가가 우상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OPR의 매력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업체도 고객 수요에 대응해 OPR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신세계는 올해 국내에 팩토리스토어 4개 점을 추가로 개장해 연 거래액 1천200억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올해 상반기 중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해외 1호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엔씨픽스도 천호점에 이어 송파점을 재단장하는 한편 신규 매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픽스 관계자는 "현재 취급하는 200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300개까지 늘려 더 많은 고객에게 보물찾기 같은 쇼핑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끝)
값비싼 브랜드 옷을 최대 90%까지 깜짝 놀랄 정도의 할인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00년대 초 미국에서 태동한 OPR은 유명 브랜드의 재고나 이월상품을 대량으로 직매입해 유통하는 채널이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는 6천700여개 매장이 운영될 정도로 보편화됐으나 한국에는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현대 오프웍스(OFFWORKS), 이랜드리테일 엔씨픽스(NC PIKS) 등이 국내에서 운영되는 OPR 매장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OPR을 도입한 곳은 이랜드리테일이다.
2013년 당산점을 시작으로 뉴코아아울렛 천호점, NC 강서·송파점 등에 매장을 차렸다.
신세계는 2017년 스타필드 고양에 팩토리스토어 첫 매장을 열었고 이후 매년 꾸준히 늘려 현재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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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픽스 천호점 매장 내부 [이랜드리테일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신세계가 초장기 OPR을 개설한 것은 백화점 직매입 상품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낀 고객들이 몰려들며 매출이 늘자 하나의 정식 유통 플랫폼으로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는 지난 2019년 9월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파이브가든, 송도점, 스페이스원, 대전점 등을 차례로 개설해 현재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OPR의 최대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다.
유수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서 '신명품'으로 불리는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9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기존의 아웃렛 할인율(30∼50%)을 뛰어넘는다.
이처럼 할인율이 높은 것은 해외 직접 소싱(조달)으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덕이다.
브랜드를 보유한 현지 상품권자와 직접 계약해 재고나 이월 상품을 대량 매입함으로써 중간 이윤을 없애고 할인율을 끌어올렸다.
엔씨픽스의 경우 전담 MD(상품기획자)가 미국과 유럽에 상주하며 매주 신규 매입된 상품을 한국으로 들여온다고 한다.
강도 높은 시장 조사와 고객 수요 조사를 통해 고객의 심리적 가격 저항 수준을 파악하고 그 가격을 충족하는 상품만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가격 역설계' 방식도 활용된다.
물품을 팔레트에 그대로 적재해 대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처럼 매장 공간 구성과 관리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도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엔씨픽스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옷들이 사방에 아무렇게나 진열돼 있어 마치 서울 동묘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인데 파는 물건은 유명 패션 브랜드 상품이라서 다소 어색하면서도 신기하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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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수원점에 있는 팩토리스토어 [신세계백화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로선 OPR의 존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고객의 뜨거운 반응은 매장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출범 7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이 1천억원을 돌파했다.
출범 첫해 75억원에서 13배로 뛴 것이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7조2천억원을 웃도는 백화점과 비교하면 적지만, 성장세만큼은 무섭다.
해당 기간 연평균 거래액 증가율은 48%로 연간 5% 안팎인 백화점의 10배에 육박한다.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며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주요 유통 플랫폼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구매 고객의 30∼40%가 신규 고객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엔씨픽스 매장도 고객 재구매율이 30%에 달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10월 재단장해 문을 연 엔씨픽스 천호점의 경우 그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의 2배로 늘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악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까지 겹쳐 올해 내내 소비재 물가가 우상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OPR의 매력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업체도 고객 수요에 대응해 OPR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신세계는 올해 국내에 팩토리스토어 4개 점을 추가로 개장해 연 거래액 1천200억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올해 상반기 중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해외 1호점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엔씨픽스도 천호점에 이어 송파점을 재단장하는 한편 신규 매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픽스 관계자는 "현재 취급하는 200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300개까지 늘려 더 많은 고객에게 보물찾기 같은 쇼핑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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