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에도 대출금리 오르더니…'우대금리 축소' 꼼수

가계대출 관리 명분 앞세워 우대금리 최대 1.4%p 이상 줄여이자장사에 사상 최대 실적…금감원, 은행권에 금리산정 자료 요구
임수정

입력 : 2025.02.23 06:07:01


은행 ATM 기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12.23

(서울=연합뉴스) 이율 임수정 채새롬 기자 = 금리 인하기가 도래했음에도 대출자들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대폭 축소하는 '꼼수'를 써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작년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전후로 은행권 우대금리는 최대 1.4%포인트 이상 줄어들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대금리 적용 현황과 가산금리 변동 내역 등 은행권 대출금리 산출 과정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 석달새 우리은행 우대금리 1.41%p·신한 0.65%p 축소 2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권에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별로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세부 데이터를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차주별·상품별 준거·가산금리 변동내역 및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원가 마진을 포함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하는데, 최근 우대금리가 축소된 흐름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대금리는 체계에 따라 산출되는 금리가 아니라 대출 신청 건별로 급여 이체, 카드 사용 등을 고려한 은행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위험 프리미엄이나 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하게 돼 있다 보니 빈번하게 바꾸기 어려운 데 비해 우대금리는 내부 재량이 인정되는 부분이라 조정하기 손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작년 12월 기준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는 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눈에 띄게 축소됐다.

특히 우리은행 우대금리는 이 기간 2.23%에서 0.82%로 무려 1.41%포인트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인하했다고는 하지만, 우대금리 축소 폭이 이를 압도한 것이다.

우대금리가 신한은행은 0.65%포인트(1.53%→0.88%), 하나은행이 0.28%포인트(2.19→1.91%), NH농협은행이 0.24%포인트(1.88%→1.64%), KB국민은행이 0.13%포인트(2.45%→2.32%) 줄어들었다.

은행권은 이 기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을 명목으로 가산금리도 경쟁적으로 올렸다.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하되는 동안 가산금리는 올리고 우대금리는 덜 적용하면서 대출금리는 그대로이거나 더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당국 지침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대출 조이기'를 명분 삼아 과도하게 금리를 조정했다는 의심도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 목표와 상관없이 '이자 장사'에 몰두한 정황들도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주문했던 중소기업 대출금리(물적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공시를 살펴봐도 주요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세가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의 작년 12월 기준 우대금리는 9월 대비 0.48%포인트, KB국민은행은 0.34%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런 영향으로 정책적으로 대출을 조일 필요가 없는 부분들에서도 대출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가계대출 목표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출을 조여야 했던 시중은행과 달리 운용상 여유가 있던 지방은행들마저도 덩달아 우대금리를 대폭 깎는 모습도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인하 효과가 자영업자나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아 금리 산정에 부당한 것은 없는지, 오류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11.3

◇ 은행들 작년 최대 이자이익…정치권·금융당국 인하 압박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이자이익이 늘어나면서 4대 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4대 금융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총 41조8천760억원으로 전년(40조6천212억원)보다 3.1% 늘어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작년 4대 금융 순이익 역시 모두 16조4천20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예대 금리차를 키워 은행만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은행이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시중은행장을 만나 "어려운 때일수록 서민과 소상공인에 희망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새해 들어 가산금리 인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올해 신규 대출 금리에 있어서는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지난달 16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
2024.12.4 [금융위원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sj9974@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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