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은 그대로인데 경영진 성과급은 왜?”…소액주주들의 반란, 이유 있다는데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1.23 20:36:52
익명 개인투자자 ‘언로킹 밸류’
농심에 공개 주주서한 보내
낮은 수익성·내부거래 지적
경영진 보수에 성과 연동 요구

코웨이·오스코텍·이마트…
상장사 대상 주주제안 급증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시급”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와 같은 소액주주들의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기업과 투자자 간 소통과 견제 관계가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소액주주의 주주활동이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신분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발표한 사례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언락킹 밸류(Unlocking Value)’라는 명칭을 쓰는 한 익명의 주주는 최근 농심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낮은 수익성 원인 진단 및 개선 방안 수립, 높은 내부거래 비중의 현황 분석, 사업별 수익성 공시 및 성과평가, 영업이익률 목표 설정 및 경영진 보수 연동을 요구했다.

그는 농심의 2014~202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4% 수준에 불과하고, 지난해 말 기준 3년간 주가수익률(17.4%)이 경쟁사인 삼양식품(707%)과 일본의 닛신식품(36.7%), 도요수산(132.4%) 등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농심이 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엔디에스에 정보기술(IT) 관련 일감을 몰아주는 것도 이해상충의 소지가 크다고 했다. 농심이 면류와 음료 등 사업 부문별로 매출은 공개하지만 수익성을 명시하지 않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보인 지 10년이 지난 ‘백산수’ 브랜드와 생수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가 미비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2023년까지 신동원 농심 회장의 연간 보수총액이 감소한 적이 없다면서 경영진의 보수를 실적과 연동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언락킹 밸류’는 이번 주주서한 이후로도 농심에 대한 주주행동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개 주주서한에 대한 농심의 반응이 미비하다면 국내외 소액주주 모두를 결집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 플랫폼의 등장으로 개별 투자자들이 단체 행동을 조직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점은 소액주주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오스코텍, 이마트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측에 주주서한을 보내고 규탄 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의 대상이 된 회사는 41곳이다. 이는 2020년 31곳에서 10곳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주주제안 안건은 110건에서 154건으로 늘어났다. 주주제안이 가결된 기업 비율도 36.6%로 전년 21.7%에 비해 대폭 늘었다. 주주제안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은 주주총회 수개월 전부터 이미 활발한 상황이다.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코웨이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주주환원 정책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두산밥캣에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등을 위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웨이처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지닌 기업이 주주환원율이 크게 낮아진 경우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국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털은 지난해 11월 SK스퀘어를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독립이사 선임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지난 20일 KT&G 이사회의 자사주 무상·저가 기부로 회사가 1조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산으로 주주행동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 주도하에 기업가치 제고 방안 공시를 권고함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도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할 명분이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활발해지자 상장사들은 경영권 분쟁 시 공격 측과 방어 측의 수단을 명확하게 정리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자사주 취득과 처분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명료하게 정리해줘야 한다”며 “또한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큰 약탈적 공격을 이사회가 방어할 수 있도록 ‘한국형 포이즌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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