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국 빅테크 규제 정책도 '불확실성' 영향권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에 韓정부 규제 입법에 '입김' 가능성"벌써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낙관론도
이대희

입력 : 2025.01.19 06:11:03


트럼프, 47대 美대통령 공식사진 공개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23년 조지아주에서 기소됐을 당시 찍은 머그샷(mugshot·수용자 기록부용 사진)과 유사한 모습을 한 '대통령 공식 사진'이 16일(현지시간) 공개됐다.트럼프 인수위는 이날 "나흘 뒤면 도널드 트럼프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면서 공식 사진을 배포했다.2025.1.17 [트럼프 인수위 배포.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국 경쟁정책도 불확실성 영향권에 들게 됐다.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거대 빅테크 기업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한국 입법에 어깃장을 놓고, 개별 미국 기업 제재에도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아직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빅테크와 관련한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점이 없는 만큼, 벌써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낙관론도 있다.

◇ 트럼프 취임 전부터 韓빅테크 규제 법안에 미국 측 반발 19일 관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래폼 규제 입법이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경쟁정책 분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반칙행위를 막고 위법 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동시에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행위) 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상한도 기존 관련 매출액의 6%에서 8%로 상향한다.

그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미국 빅테크는 구글·애플·아마존·메타 등이다.

미국 측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부터 자국의 기업에 적용될 수 우려가 있는 한국의 플랫폼 관련법 추진에 반발해왔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미 상의)는 지난달 17일 "한국 공정위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협력해 국회에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제3국가에 기반을 둔 다른 경쟁사들은 (규제에서) 제외하면서 특정 기업(미국 기업)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당인 공화당 캐럴 밀러 미국 하원의원이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을 하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한국이 미국의 온라인·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차별적 규제를 부과할 경우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보복관세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기정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 입법 방향은"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공정위의 입법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2024.9.9 scoop@yna.co.kr

◇ 정부 추진 플랫폼 입법 사면초가 위기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빅테크에 입장을 명확히 밝힌 적은 없다.

다만 한국의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렸던 리나 칸 현 위원장에 비해 온건하다고 평가되는 앤드루 퍼거슨 의원을 지명한 점 등에서 규제 완화로 나아갈 것이 우세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기조는 관세 폭탄을 무기로 한 강력한 자국 보호주의 정책이다.

자국의 빅테크가 한국 정부의 법안으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관세 카드를 휘두를 수 있다.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9년 프랑스가 구글·페이스북 등에 자국 내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의결하자,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산 와인, 치즈, 고급 핸드백 등 63개 품목에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보복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독점화된 플랫폼의 반시장적 행태를 막기 위해 플랫폼 관련법이 시급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회 논의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야당은 좀 더 강화된 규제안이 담긴 온라인플랫폼규제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반발한다.

국내 업계도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국내 플랫폼 생태계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며 국내 디지털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경쟁법 전문가인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플랫폼도 규제 대상인 입법이 추진되면 그동안 금기시됐던 다른 국가의 입법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저런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서도 반대하고 국내 플랫폼도 반대하면 정부의 입법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PG)
[백수진 제작] 일러스트

◇ 개별 제재에 유무형 보복 우려도 부담 트럼프 2기 시대에는 개별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한국 공정위의 제재 결과에 따라 유무형의 보복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유튜브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면서 '유튜브 뮤직'을 끼워파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전이한 혐의에 대해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제재 수위가 높게 나온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비공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트럼프 눈치보기' 의혹도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빅테크의 시장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디지털시장법(DMA) 발효 이후 구글과 애플이 자사 앱 스토어에 유리하도록 영업하는지, 메타의 페이스북이 광고에 개인정보를 사용하는지 등을 조사 중인데 최근 조사 범위 축소·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부 증언이 보도됐다.

즉각 EU는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지만, 미국 빅테크를 조사 중인 각국의 경쟁당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황 교수는 "유일한 대응 방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확한 제재를 하는 것뿐"이라며 "미국 반독점 당국이라도 같은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득이 가능할 정도로 정치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 "유독 한국만 때릴까" 낙관론도…공정위 "면밀히 모니터링" 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2022년 5월 시행된 EU의 디지털시장법,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일본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 등 제정을 큰 문제로 삼지 않았던 미국 측이 유독 한국의 플랫폼법에만 문제 삼겠냐는 것이다.

특히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애플·메타 등을 사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감시하는 EU의 디지털시장법보다 수위가 낮은 '사후 추정 방식'이기 때문이다.

개별 빅테크 기업 제재에 대한 미국의 반발 우려도 2016년 퀄컴(1조 311억원), 2021년 구글(2천249억원) 등 과거 한국 공정위의 대형 처분 사례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봤을 때 기우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비관론과 낙관론을 두고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이슈가 나타날지 쟁점화될지 아직 예단할 수 없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해 살필 예정"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2vs2@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1.19 11:31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