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곤 소방청장 "첫 무인 소방로봇, 내달 현장배치 실전테스트"
현대로템 '다목적 무인차량' 방수·내열 강화, 소방장비 장착 운용12월 4개 권역별 특수구조대에 투입…"K-소방산업 선도하는 마중물 되길""분당 건물 화재 피해 적은 이유? 관리자 대응·소방시설관리·신속진압 '3박자'"취임후 연합뉴스와 첫 인터뷰…"소방공무원 소명은 국민보호와 안전"
양정우
입력 : 2025.01.11 07:01:00
입력 : 2025.01.11 07:01:00
(세종=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형 화재 등 재난 현장에 무인 소방 로봇(차량)이 다음 달 처음으로 시범 배치된다.
무인 소방 로봇은 소방관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고온, 농연(濃煙)의 화재 현장에 투입돼 진압 활동을 함께 하는 등 실전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 8일 세종시 소방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무인 소방 로봇이 현실화 단계에 있다"며 "올해 2월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대에 1대를 시범 배치해 본격적인 성능 시험을 한다"고 밝혔다.
무인 소방 로봇은 소방청과 현대차그룹이 협업해 만들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을 기본 플랫폼으로 차체의 방수·내열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화재 진압을 위한 방수포, 통신 장치, 차제 온도를 낮추는 자위 분무 노즐 등 각종 소방장비를 장착했다.
무선 통신을 활용해 드론을 조종하는 것처럼, 무인 소방 로봇도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리모컨 조작에 따라 '특별 임무'를 수행한다.
무인 소방 로봇 개발은 작년 8월 인천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전기차 배터리가 내뿜는 엄청난 화염에 피해가 급속히 확산하며 소방관들의 현장 접근도 쉽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 개발 등에 의향을 보였고, 이는 소방청과의 무인 소방 로봇 차량 공동개발로 이어졌다.
허 청장은 "실전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면 소방산업에 마중물이 되지 않겠느냐"며 "케이(K)-푸드, 방산에 이어 K-소방산업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반겼다.
무인 소방 로봇은 실전 테스트, 성능 개선 등을 거친 뒤 총 4대가 제작돼 올해 12월 중앙119구조본부 산하 4개 권역별 특수구조대에 배치된다.
작년 6월 말 취임한 허 청장이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7개월을 각종 재난 현장에서 보내며 무척이나 바쁘게 보내왔다고 했다.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수습을 시작으로 청라 전기차 화재, 부천 모텔 화재, 제주항공 참사 등 안타까운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의 활동을 지휘했다.
최근에는 또 한 번 대형 화재로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지난 3일 경기 성남 야탑역 인근의 한 복합 건물에서 불이 나며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됐으나 건물 내부에서의 안전한 대피와 소방 당국의 신속한 진압 등으로 중상자나 사망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허 청장은 "화재 당시 외부로 통하는 덕트 위쪽이 가연물로 돼 있어서 연기와 화염이 많이 확산됐다"면서도 "건물 관리자의 차분한 대응, 방화문 폐쇄·스프링클러 작동 등 적정한 소방시설물 관리, 소방당국의 신속한 진압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8월 경기 부천 모텔 화재 당시에는 공기 안전매트가 논란이 됐다.
화염을 피해 모텔 투숙객 2명이 소방당국이 설치한 공기 안전매트 위로 뛰어내렸으나 매트가 뒤집히며 숨졌기 때문이다.
당시 소방당국의 대응과 공기 안전매트 매뉴얼 부재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청은 공기 안전매트는 재난 현장에서 최후의 인명구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도 매뉴얼 마련 등 개선책을 모색해왔다.
허 청장은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기 안전매트의 사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공기 안전매트의 뒤집힘 방지를 위해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결착용 고리'를 매트에 부착하고, 신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장비 개발 등에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고층건물 인명구조 현장대응 지침'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 매뉴얼은 현장 상황과 요구조자의 위치 등 재난 현장과 관련해 제공되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구조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소방 고가차와 공기 안전매트 등 소방장비 활용법과 구조절차, 장비 전개 시 주의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허 청장은 "앞으로도 매뉴얼을 토대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유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소방간부후보로 공직에 입문했다.
초임을 구조대장으로 시작해 실제 화재 진압 현장 대응을 통솔하는 지휘대장으로 경험을 쌓았다.
부산 남부·강서 소방서장, 경기도 소방학교장, 경남소방본부장, 소방청 기획조정관, 인천소방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아 현장과 행정 모두를 잘 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우리 소방공무원들의 소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챙겨 소방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ddi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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