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부쩍 활발해졌다.

6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보건복지부·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지난 해 의결권을 행사한 국내 주주총회 안건은 120건으로, 2020년 25건에서 4.64배 늘어났다. 이는 국민연금이 운용사 등에 위탁한 의결권은 제외하고 집계한 수치다.

특히 국민연금 전체 의결권 행사에서 수책위를 통해서 결정한 비중은 2020년 1.24%에서 2024년(3분기 누적) 6.24%로 5배 넘게 늘었다. 수책위의 의결권 행사 통계가 공식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전담하는 수책위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이행을 담당하는 전문그룹이다. 이사 해임과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를 판단한다.

수책위 활동이 증가한 것은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문화가 변하면서 민감한 주주총회 안건이 늘어난 탓이다. 주주 행동주의와 소액주주 운동이 확산되고,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두산과 SK의 구조조정을 위한 계열사 분할·합병안, 한미사이언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도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 대결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강화된 것도 수책위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난 배경이다. 2022년부터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기업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KT와 포스코, 주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 위주로 정기주총 안건이 수책위에 회부되고 있다.

2018년 출범한 수책위는 외부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안건을 넘겨받거나, 수책위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안건은 직접 가져와(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요청 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한다.

수책위 관계자는 “호기심이 가고 흥미로운 안건들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의 보유 비중이 큰 기업들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중점적으로 살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