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지난해 자본시장에서 논란을 빚었던 기업들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가치가 올라 고점이라고 판단되는 주식들에 대해서도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향후 실적 상승이 기대되거나 주가가 바닥이라고 여겨지는 기업들 지분은 늘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1~12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08만9753주의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수페타시스는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업체인 제이오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금감원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 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수페타시스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제이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연금은 이수페타시스의 지분을 일부 정리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이수페타시스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보고 그동안 지분을 늘려왔지만 지난 4분기에만 10.74%에서 7.43%로 대폭 줄였다.

증권업계에서도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권태우 KB증권 연구원은 “CNT시장 진입을 위한 제이오 인수와 관련된 자금 조달이 주당순이익(EPS) 희석을 초래해 투자 리스크를 유발했다”며 “이수페타시스가 과거처럼 높은 멀티플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에서 논란을 빚었던 DB하이텍 지분도 조정했다.

2024년 10월 44만9770주를 줄인 데 이어 DB하이텍 소액주주단체가 KCGI에 지분 매매 차익 의혹으로 소송을 건 이후인 지난해 11월 29일 45만7602주를 팔았다.

지분율은 9.32%에서 7.27%로 줄었다.

KCGI는 2023년 3월 DB하이텍 지분 313만주를 취득하고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으나 일부를 DB하이텍 모회사인 DB Inc.(DB아이앤씨)에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에 KCGI를 고소했다.

공개매수 경쟁 과정에서 주가가 치솟았던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차익실현에 나섰다.

MBK 공개매수 마감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제일 등을 감안해 지분율을 7.49%에서 4.51%로 낮췄다.

국내 기업에 장기 투자를 한다는 목적으로 지분율을 계속 유지하는 국민연금이지만 자본시장에서 논란을 빚었던 기업들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판단하에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바이오주(리가켐바이오, HK이노엔, 에이비엘바이오, 지아이이노베이션), 뷰티주(파마리서치, 클리오, 코스메카코리아, 씨앤씨인터내셔널), 삼양식품, 엠로 등에 대해서도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면 향후 기업가치가 개선되면서 실적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대해선 지분을 늘렸다.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이마트의 경운 국민연금은 지분율을 7.95%에서 10.01%로 늘렸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며 양사 출자 비율은 5대5로 동등하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G마켓의 한국 셀러들 확보에 대한 경쟁력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소싱 능력을 서로 활용할 수 있고 두 이커머스 플랫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토대로 신규 셀러 모집이 좀 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해상운송 사업 확대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현대글로비스, 전기차·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HL만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가 투자한 현대엘리베이터 등에 대해서도 지분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