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땡겨 쓴 기업, 재기 여력도 없다”…하루 4.7개꼴로 파산신청 역대 최대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5.01.07 20:50:07
어음부도율도 19개월래 최고
중소·영세법인 자금난 심각


서울 아파트 전경. [매경DB]


경기 부진 장기화로 지난해 법인 파산신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 법원에 회생 또는 파산신청을 할 수 있다. 회생은 채무 동결과 구조조정 등을 전제로 하지만 파산은 회생조차 불가능할 때 선택하는 수단이다.

7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신청은 11월까지 174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4.7개 기업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는 뜻이다.

회생신청도 984건에 달했다. 법원은 회생과 파산을 합쳐 도산신청으로 분류하는데 지난해 총 도산신청은 2729건으로 2023년 2681건을 넘어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수침체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 업체와 건설 업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의 한 축인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사상 최장 기간인 10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설경기 악화로 종합건설 업체 수도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전국 종합건설 업체는 1만9242개로 2023년 말(1만9516개) 대비 242개 줄었다. 수주절벽 등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로 자진 폐업한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음 부도율도 치솟고 있다. 어음은 중소, 영세 업체들이 물품 구매를 외상으로 할 때 주로 사용한다. 약속된 날 통장에 돈이 없으면 부도 처리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술적 부도를 제외한 순수한 어음 부도율은 작년 9월부터 치솟고 있다. 작년 8월엔 0.03%에 그쳤지만 9월 0.07%, 10월 0.11%를 기록했고 11월에는 0.21%로 껑충 뛰었다. 11월에 기록한 0.21%는 2023년 4월(0.26%)이후 1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어음 부도가 늘고 있다는 건 중소·영세 업체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부분 내수 위주 업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심리가 전반적으로 더 악화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상반기에 예산 집행을 늘리기로 했지만 얼어붙은 민간소비를 살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소비, 건설, 관광, 지역경기 등 내수 회복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내수 살리기 대책으로 정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신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인하와 온누리상품권 할인, 신용카드 추가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 등 방안을 제시했다. 민생예산 85조원 중 70%는 상반기 중 집행해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부족하면 추가경정예산 등 추가 경기보강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여권에서는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공개적으로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도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추경 편성의 여지를 남겼다.

추경을 한다면 규모는 4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 대비 삭감한 예산이 4조1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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