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韓수출 반도체·자동차 '쌍끌이'…올해 '트럼프 대응' 숙제
역대 최대 수출 달성…'주력' 반도체가 20.8%·'효자' 자동차가 10.4% 담당국내연구기관들 올해 수출 증가율 2% 안팎 전망…반도체 '맑음'·자동차 '흐림'"불확실성 공포 존재하지만, 한국 산업 저력·경쟁력 있어"
김동규
입력 : 2025.01.01 10:57:36
입력 : 2025.01.01 10:57:36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난해 내수·투자 부진에 연말 계엄 사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며 경기 침체 흐름이 우려되는 가운데 2024년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 한국 경제를 추동한 '단발 엔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전체 수출의 5분의 1 이상을 담당했다.
자동차 수출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전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해내며 선방했다.
올해 한국 수출도 글로벌 경기와 세계 교역량의 완만한 회복세 속에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수출 주력인 반도체, 자동차 등의 글로벌 시장 업황 둔화 가능성과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을 예고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은 대응 과제로 꼽힌다.
◇ 한국 수출 이끈 반도체·자동차…대중·대미 수출 호조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4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은 6천838억달러로, 전년보다 8.2% 증가하며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2년 6천836억달러를 넘어서 새 기록을 썼다.
내수, 투자, 환율 등 대부분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며 경제성장 동력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수출에서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수출 효자로 꼽히는 자동차 등 2개 품목이 전체의 30%를 담당하며 맹활약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43.9% 증가한 1천419억달러로, 2022년(1천292억달러) 이후 2년 만에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는 작년 한국 전체 수출의 20.8%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반도체는 연말까지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내년 전망도 밝혔다.
자동차 수출은 사상 최대였던 전년보다는 소폭(-0.1%) 감소했으나 708억달러(전체의 10.4%)로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글로벌 메이커들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 등에서 선전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밖에도 선박(256억달러·18%↑), 석유화학(480억달러·5%↑), 바이오헬스(151억달러·13.1%↑), 농수산식품(117억달러·7.6%↑), 화장품(102억달러·20.6%↑) 등 제품이 골고루 선전하며 수출을 이끌었다.
지역별로는 한국의 양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3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 호조로 전년 대비 6.6% 증가한 1천330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10.5% 증가한 1천278억달러로, 7년 연속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자동차, 일반기계 수출 호조세에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 같은 수출 실적에 힘입어 한국은 지난해 518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거뒀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흑자 기록을 썼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국장은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과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외 신인도 유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 올해 수출도 2% 안팎 증가 전망…국내 정치·트럼프 파고 '숙제' 올해 한국의 수출도 지난해 성과를 이어가며 기본적으로 완만한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을 2% 내외로 전망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작년 11월 발표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한국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보다 2.2% 증가한 7천2억달러로 사상 처음 7천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달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물량)을 2.1%로 예상했다.
단, 이는 트럼프 2기의 관세 장벽이 올해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전제를 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같은 달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에서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을 1.8%로 예측했다.
올해 수출 역시 전통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이 이끌 것이라는 데 연구기관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AI 산업 성장에 따라 올해도 AI PC(컴퓨터)·모바일, 온디바이스 AI 신제품 출시, 자율주행, 국방용 AI 개발 등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역협회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40% 이상 급등한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는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효자' 자동차 역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어서 지표상 수출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13대 주력 산업 수출 전망에서 올해 반도체 수출이 작년보다 8.5% 증가하는 것을 비롯해 정보통신기기(8.4%), 철강(5.0%), 바이오헬스(4.9%), 조선(4.1%), 디스플레이(2.5%) 등의 증가를 전망했다.
반면, 무역협회 분석처럼 자동차(-2.7%)를 비롯해 정유(-7.5%), 이차전지(-6.7%), 섬유(-1.9%) 등 수출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작년 연말 발생한 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하고, 이달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보편관세 등 보호주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과제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적 관세(10∼20%)를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도 경제전망에서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국 수출이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의 튼튼한 기반 위에 있어 그 저력을 믿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올해도 확실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트럼프 2기 시작 등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도 존재하지만, 우리 산업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한국 경제가 든든한 산업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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