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 늪에 빠진 한국, 이대로 가다간”…2025년 성장률 1.5%도 어렵다는 이유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입력 : 2025.01.01 06:02:48
대학교수 등 경제학자 131명 설문

절반이상 “1.5% 성장 어렵다”
올해 혹독한 저성장 충격 경고

경쟁력 떨어진 산업 구조조정
기업 자율보다 정부차원 대응
첨단산업엔 보조금 지급 필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 중인 항공기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이 을사년의 새로운 아침을 열고 있다. 새해도 한국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적 난관은 이따금 찾아오는 난기류처럼 녹록치 않지만, 뜨거운 엔진열을 내뿜으며 비상하는 항공기처럼 이를 극복하고 순항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주형기자]


대한민국 경제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경쟁력을 잃은 산업은 하루빨리 구조조정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첨단산업은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노동시장 개혁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매일경제가 대학교수 등 국내 경제학자 1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1%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충격적인 것은 1.5% 미만 성장을 점치는 학자들이 절반을 넘어 54.2%에 달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44.3%는 ‘1.5% 이상~ 2.0% 미만’ 성장을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가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 도약을 위한 처방으로는 구조조정과 첨단산업 지원이 각각 28.2%, 26.7%로 높게 나왔다. 학자들은 생산효율성이 떨어지고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산업에 대해 정부가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석유화학산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주저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이 시급하다고 봤다. 기업 자율에 맡기면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속도가 늦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산업에 대해 보조금, 세액공제, 저리대출 등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입해 2047년까지 용인, 평택, 기흥 등지에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정부가 주는 직접 보조금은 한 푼도 없다. 미국이 삼성과 SK에 각각 약 7조원과 66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다고 보는 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금리인하가 꼭 필요한 처방이라고 답한 학자는 5명뿐이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제로는 노동시장 개혁을 꼽은 학자가 47명(35.9%)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사무직의 근로시간 규제를 없애고 유연근무제를 더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한 법정 근로시간 단축보다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이 훨씬 중요하다”며 “근로시간보다 성과가 중요한 사무직 등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나 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R&D 인력만이라도 주 52시간 규제를 없애자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정치 논리에 좌우되지 말고 노동 개혁을 과감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29%에 달했다. 교육개혁과 의료개혁이 시급하다는 학자도 각각 12.2%, 11.5%로 집계됐다.

경제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한 교수는 “후진적 정치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 손발을 묶고 있다”며 “경기부진 해소와 제도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상속세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정권 변화에 따라 경제정책이 바뀌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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