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산업국장 "신규원전, 체코 국가대출 예상…韓금융지원 의제아냐"
연합뉴스 단독 인터뷰…"한수원, 美 웨스팅하우스 분쟁 책임질 것"'덤핑 수주' 논란엔 "평가기준 60개 이상…가격이 유일한 고려요소 아니었다"
이슬기
입력 : 2024.11.29 06:00:07
입력 : 2024.11.29 06:00:07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토마스 엘러 체코 산업부 원자력신기술 담당 국장 대행은 29일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6호기 건설과 관련, "재정 모델(financial model)이 올해 말까지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체코 정부가 국가 대출(State loan)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체코 미래포럼' 참석차 방한한 엘러 국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3월 팀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을 최종 수주하게 될 경우, 체코 측이 한국 측의 재정·금융 지원을 받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를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신규 원전 2기(두코바니 5호기·6호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양측은 내년 3월까지 원전 2기 건설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가격 등 세부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원전 수주 이후 국내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부가 체코 측에 금융지원을 약속하는 등 낮은 가격에 '덤핑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두코바니 신규 원전 5호기는 체코 정부 예산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미 체코 정부는 이를 위한 재정지원과 관련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엘러 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두코바니 6호기(the second unit)도 5호기의 재정 모델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두코바니 6호기 건설과 관련한 한국 측의 금융 지원은 현재 논의 의제로 올라와 있지 않다(It is not on the agenda at the moment)"며 "한국 쪽에서도 실제로 다루고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코 정부의 국가 대출에는 이자율 보조 혜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력 생산 비용에서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낮은 이자율을 포함한 자금 조달이 원전 건설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엘러 국장은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의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양측의 분쟁 해결을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체코는 이번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절차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양측에 분쟁 해결을 요청했고, 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4일 발표된 한미 양국 정부 간 잠정 합의 소식을 환영한다.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의 당사자인 한수원이 이번 분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4일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 문제에 대해 당국 간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약정(MOU)에 가서명했다.
엘러 국장은 "한수원과의 EPC 계약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3월이 여전히 최종 계약 시한 목표로 설정돼 있다"며 "양국 정부는 두코바니 프로젝트를 감독·지원하는 운영위원회 설립을 포함해 원자력 에너지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엘러 국장은 이번 원전 건설 사업에서 체코 현지 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예산 내에서 완수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체코의 공급업체와 산업 등이 이번 건설에 상당히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한수원의 '덤핑 수주' 논란에 대해서는 다면 평가를 거쳐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했다며 일축했다.
그는 "입찰 설명서 문서에는 60개 이상의 평가 기준이 포함돼 있었다.
기술 사양, 운송, 운영 및 유지보수, 연료 조건, 일정, 프로젝트 관리, 가격 등"이라며 "가격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고려했던 유일한 요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엘러 국장은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프로젝트를 체코 산업과 연구기관 등 모두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로 보고 있다"며 "EU 등 전 세계에서 원전에 대해 변화 중인 태도를 활용해 한국과 체코 양국이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또 "체코 정부는 원전뿐만 아니라 반도체, 운송, 배터리, 수소 생산 등 다양한 다른 산업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신속히 확대하려 한다"며 "체코와 한국 간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엘러 국장과 함께 한·체코 미래포럼에 참석한 야나 하블리코바(Jana Havlikova) 체코 총리실 과학연구혁신 담당 차관은 연합뉴스와 만나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다음 달 중 체코 측 장관급 방문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블리코바 차관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에 합의가 없다면, 원전 건설 사업이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체코 정부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체코가 한국의 제안을 선택한 이유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체코 정부는 한국이 이번 일을 잘 해결할 좋은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프로젝트는 체코 정부로서 가장 큰 투자이며,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의 제안이 입찰에서 승리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하블리코바 차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취약한 점이 취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우리는 다시 돌아가 원전 등의 에너지 자원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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