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박스피·삼성전자 쇼크 "강세장 지속되는 美증시로 떠나요"

김인오 기자(mery@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입력 : 2024.11.10 17:47:34 I 수정 : 2024.11.10 23:18:06
외면받는 한국 증시
코스피 2011년 이후 박스권
美반도체 지수 31% 오를때
삼성전자 28% 하락 '뒤통수'




◆ 자본·인력 한국 탈출 ◆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주가지수 중 코스피만 약세를 보이자 미국 증시로 떠나는 이른바 '주식 이민'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점에 대비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식 이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1일부터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8일까지 각각 1306억원, 16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을 전후해 국적을 불문하고 매도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 동안 연달아 순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자 삼성전자 저점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실망을 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열린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린 후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 넘게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했다. 필라델피아지수는 미국 예탁증서(ADR)를 포함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반도체 기업 30여 곳의 주가를 담은 지수로, 올해 1월 이후로는 31.50% 뛰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28.39% 떨어진 상태다.

미국 주식 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역동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투자 흐름을 보면 비용 최소화를 통한 이익 극대화보다는 기술력에 따른 성장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이어 정 센터장은 "비용 최소화든 기술력이든 결과적으로는 펀더멘털 방향에 대한 기대감인데 인공지능(AI) 등 투자 테마가 대부분 미국에서 나오고 주가수익률도 좋은 상황에서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가장 좋은 시장이라는 심리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유상증자를 둘러싼 고려아연 급등락을 비롯해 2차전지 관련주 등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해온 종목 주가가 급등락하며 방향성을 찾기 힘들어진 것도 투자 피로감을 부르는 요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반도체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관련주뿐 아니라 S&P5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이달 8일까지 최근 일주일간 국내 투자자들은 뱅가드 S&P500 ETF를 1836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6위에 해당한다. 미국 증시가 트럼프 트레이드와 기준금리 인하, 연말 강세장 경향에 힘입어 당분간 상승세를 달릴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한편 이달 7일부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보관 금액을 기준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종목 1위는 테슬라로, 전체 보관 금액의 16.5%를 차지했다. 2위인 엔비디아, 3위인 애플, 4위인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쳐 빅테크 네 개 종목의 보관 금액 비중은 38.2%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국내 증시가 2011년 이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와중에 투자자들이 수익률 높은 시장으로 옮겨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 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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