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무역합의···EU·日처럼 한국도 관세 15%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5.07.31 08:21:48 I 수정 : 2025.07.31 11:01:46
99일 한미 관세협상 일단 종지부
1500억불 조선업 협력 펀드
반도체, 원자력, 바이오 등도
2000억불 펀드 조성해 투자
상호관세 25%→15% 낮춰
車관세 15%로·철강은 50% 유지


한국과 미국이 올해 4월 첫 관세협상을 벌인지 99일만에 무역합의에 성공했다. 이로써 미국은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은 총 4500만 달러(약 627조원)에 이르는 대미 투자와 미국산 제품 구매를 단행할 계획이다.

30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이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며 “이번 합의로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될 것이며 자동차, 트럭, 농산품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15%로 조정하며, 미국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하에 대한 반대 급부로 한국이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투자에 3500억달러를 제공할 것이며, 이 투자처는 대통령인 내가 직접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100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할 것이며, 자체 투자 목적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추가 투자 규모는 오는 2주 내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을 할 때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간 무역협상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계기로 시작됐다. 4월 22일 한미 재무·통상장관이 만나 양국 협상에 물꼬를 텄지만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이재명 정부의 인사들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을 찾아 관세 협상에 매진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한국의 주요 수출경쟁국들이 미국과의 무역합의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협상 데드라인인 8월 1일까지 무역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한국은 주요 경쟁국 대비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처지였다.

미국은 이같은 점을 이용해 한국 협상팀을 압박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촉구했고, 한국은 협상 초기 1000억 달러 플러스 알파 규모에서 3배 이상 커진 대미 투자 규모를 제시해 미국 측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우선 한국은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를 조성해 미국 조선소 인수·확장,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조선 기자재 등 우리 기업 수요에 기반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총 2000억불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원자력, 배터리, 바이오,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와 관련된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대출‧대출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부과 중이던 25%의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됐다. 일본과 EU와 같은 수준이다. 그동안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일본과 EU보다 2.5%포인트 낮은 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과 EU와 같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자동차 부문에서는 한미 FTA 효과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아울러 일본과 EU처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50%)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협상에 참여한 무역대표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그들과 만나 한국의 위대한 성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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