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논란 속 ‘배임죄’ 손 본다는 이대통령…기업에 투자 당근책 될까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이승윤 기자(seungyoon@mk.co.kr)

입력 : 2025.07.31 06:37:44
李, 최근 기업총수 잇따라 만나
상법 등 ‘3중 배임죄’ 문제 공감
노란봉투법·법인 증세 논란속
투자 압박받는 기업에 ‘당근책’

재정 운용 ‘선택과 집중’ 강조
정부, 내달 경제성장전략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를 비롯한 경제형벌과 규제를 빠르게 손보겠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저성장’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8%로 낮춰 잡은 상황이다. 기업 투자가 더 위축되면 정부 재정투입만으로는 성장률 회복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상법 개정에 이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추진으로 경제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어 경제성장전략과 재정운용 방향을 90분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규제혁신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최근 이 대통령은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해 기업인들과 잇달아 만나면서 형법·상법·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따른 ‘3중 배임죄’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했다고 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에는 배임죄 완화가 담겨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완화에서 더 나아가 폐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배임죄에 대해)사회적 공론화가 되고,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임죄 족쇄를 풀어줘야 민관이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지론이라는 얘기다. 노동계 요구를 수용한 정부·여당이 노란봉투법 처리에 나서면서 경제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미(對美) 투자 압박을 받는 기업들에 당근을 주려는 전략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제 표준에 맞추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한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는 “배임죄는 한국에만 있는 죄로 검찰 특별수사부에서 기업과 공무원을 겁박하는 수단이 돼 온 측면이 있다”며 “검찰권 남용 기반이 된 배임죄를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는 횡령죄는 있지만 배임죄는 없다.



이 대통령이 이날 경제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다른 축은 ‘전략적 재정투자’다. 규제혁신으로 민간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공공부문에선 지출을 조정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세수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성과를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도 재정운용 방향에 반영됐다. 성과가 낮은 예산에 대해선 과감한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도 ‘성과 중심’ 재정운용 방향을 보고했다. 이날 비상경제TF 회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겸해 열렸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과 거시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의 재정운용 청사진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저성장이 고착화된 시점에서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증세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결국에는 재정 지출 효율화와 적은 재원을 어디에다 투입할 것인지 판단을 내리는 재정의 선택과 집중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도 나왔지만 공염불에 그쳤다”면서 “복지 혜택 등을 줄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선택과 집중으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청사진을 실현하려면 ‘점검 절차’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운용 방식에 대한 피드백”이라며 “일본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매달 정책 관련 자료를 공시하고 미국은 정부효율부를 만들었듯, 우리도 성과 평가를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확장 재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명예교수는 “무리한 확장 재정은 위험 수준을 보이는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재정준칙을 다소 완화하는 방식으로라도 차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비상경제TF 회의에서는 산업 육성책과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책보다는 연구개발(R&D)·금융·세제·인력 등에 대한 국가 역량 총동원과 인공지능(AI) 대전환이라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균형발전으로 성장전략을 대전환해야 한다는 방안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이 균형·공정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체계를 개편하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지방에 더 많은 금액을 배정하고, 인구소멸 지역은 추가 지원하는 차등적인 재정 정책을 시행했다”며 “앞으로는 모든 국가 정책에서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까지 강구해서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회의 결과를 반영해 다음달에 경제성장전략을 확정 발표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재정운용 방향은 9월 초에 2026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며 발표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꼼꼼히 준비하고 철저히 집행해 경기 회복세를 이어 나가고 잠재 성장률 추세 반전까지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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