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美관세' 목전 브라질 룰라 "미국에 끌려다니진 않을 것"

뉴욕타임스 인터뷰…"양국 국민, 물가상승 감내해야 할 이유 없다"NYT "주요국 지도자 중 룰라만큼 트럼프에 강하게 맞서는 사람 없다"
이재림

입력 : 2025.07.31 02:06:00


25일(현지시간) 브라질 국기에 키스하는 룰라 대통령
[오사스쿠 로이터=연합뉴스.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으로부터 50% 관세 부과(8월 1일 적용 예정) 예고장을 받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9) 브라질 대통령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해서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상 불발 시 미국에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0% 관세를 무기 삼아 2억여명의 브라질 국민을 위협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그(트럼프)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이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브라질에서 대거 수입하는 커피, 쇠고기, 오렌지 주스 등 제품 가격 상승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인들에게 부담될 것"이라며 "미국 국민도, 브라질 국민도 이걸 감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성토했다.

미국은 이미 대(對)브라질 교역 흑자국이다.

브라질 당국은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미 교역 누적 적자액을 902억 달러(124조원 상당)로 집계했다.

룰라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 사안(미국의 관세 부과)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으나, 심각성이 복종(subservience·'아첨'이라는 뜻도 있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 수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NYT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 중 트럼프와 이처럼 강하게 맞서는 사람은 '미스터(Mr.) 룰라' 밖에 없다고 논평하면서,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미국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날 인터뷰에 나섰다고 전했다.

2003∼2010년 연임에 이어 2023년 3기 정부를 출범한 룰라 대통령은 전임자인 '열대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지원 사격'을 재차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신과 가까웠던 강경 우파 성향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면서, 남미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룰라 정부를 압박해,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브라질에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서한을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에 대해 "국제적인 불명예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군사 독재를 경험한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법치는 신성한 것"이라며 "아마도 트럼프는 브라질에서 사법부가 독립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관련 재판을 주관하는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을 상대로 부패에 관여한 외국 인사의 미국 재산을 동결하며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의원은 미국의 이런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대통령은 지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미국의 제재 발표 전에 NYT의 관련 질의에서 "(대법관 제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한 국가의 최고법원은 해당 국가뿐 아니라 국제사회부터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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