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살려줬던 5천억…SK, 이번엔 갚을까

우수민 기자(rsvp@mk.co.kr)

입력 : 2025.07.29 06:16:22 I 수정 : 2025.07.29 08:40:02
2차 콜옵션 행사 시기 도래
실적 부진에 1차 매각 불발
SK스퀘어 콜옵션 연기하자
FI참여 국민연금 4천억 묶여


SK스퀘어 본사 전경. 연합뉴스
SK스퀘어의 11번가 2차 콜옵션 행사 기간 도래가 임박했다. 콜옵션 행사가 의무는 아니지만 국민연금 자금 수천억 원이 물려 있는 만큼 SK 측이 어떻게든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온의 재무 부담이 여전히 그룹 전체를 짓누르고 있어 대승적 의사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오는 10월부터 두 달간 11번가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23년 SK스퀘어는 11번가 상장 실패 이후 재무적투자자(FI) 측에 콜옵션 미행사를 최초 통보했다. 이후 별다른 진전 없이 2년이 지나면서 다시 콜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한 것이다.

2018년 당시 SK텔레콤의 비상장 자회사였던 11번가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 국민연금은 직접 3500억원을 투입했으며, H&Q코리아 펀드를 통해서도 500억원을 간접 투자했다.

양측은 11번가가 5년 내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SK스퀘어가 FI 지분 18.2%를 원금에 연 3.5%를 가산해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합의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FI가 SK 측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을 포함해 강제매각(드래그얼롱)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그런데 SK스퀘어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미국 아마존과의 사업 협력 등 신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IPO가 좌초됐다. FI 유치를 주도했던 경영진도 교체된 상황이었다. 결국 SK스퀘어 이사회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논의도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콜옵션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 등 여러 원매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일부 금원을 SK그룹이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SK 측이 거절하면서 모든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그룹이 11번가를 버렸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제2 홈플러스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적자임에도 2018년부터 누적 575억원의 배당을 우선주 투자자인 FI에 지급했다. 대주주인 SK스퀘어는 보통주 주주로서 배당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콜옵션 미행사로 SK그룹을 향한 자본시장의 신뢰는 크게 악화됐다. 문제는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이 자본시장에서 도합 약 9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유치했다는 데 있다. 이 중 국민연금 자금만 1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은 SK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에도 자금난을 겪던 SK온은 지난해 추가 자금 조달을 타진했으나 난항을 겪었다.

이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을 추진했는데 이때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SK그룹 리밸런싱 관련 거래에 추가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적자 기업 SK온을 살리기 위한 SK그룹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세제 혜택 종료와 관세 리스크 등으로 SK온의 연간 흑자 전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추가적인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본시장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과 척지는 분위기는 SK그룹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액화천연가스(LNG)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SK온 FI 투자금 상환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번가 FI 투자금도 상환할 가능성이 유력시되는 이유다. 올 초 취임한 한명진 SK스퀘어 대표는 11번가 사태 해결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11번가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제 해결을 독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현재 드래그얼롱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명확한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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