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협 속 중국 손 꽉잡은 브라질…대규모 철도 건설 협력

브라질∼페루 잇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중국 자본 투입 전망
이재림

입력 : 2025.07.10 02:21:42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브라질 정상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인구·경제 규모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이 영토를 가로질러 페루 초대형 항구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철도 건설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브라질 교통부는 산하 철도공단이 중국 철도경제계획연구소 측과 브라질∼페루 철도망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초기 계획에 따르면 노선은 브라질 바이아∼고이아스∼마투그로수∼혼도니아∼아크리주(州)를 횡단해 페루를 연결한다.

개략적인 건설 비용, 완공 시점, 전체 건설 구간 거리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철도 운용이 제 궤도에 오를 경우 컨테이너 운송 거리가 해상을 통할 때보다 최대 1만㎞ 줄어드는 한편 미주와 아시아 대륙 간 화물 운송 시간이 현재 약 40일 안팎에서 28일로 단축될 수 있다고 브라질 측은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는 중국 측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훼손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그렸다고 G1을 비롯한 현지 언론을 통해 전했다.

시모니 테베치 기획예산부 장관은 지난 5월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현지 인터뷰에서 "중국은 브라질을 돕고 철도를 통한 물류 이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프로젝트 완성까지는 적어도 5년, 아마도 8년가량 걸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브라질∼페루 철도 건설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은 열차의 기착지 또는 종착지로 볼 수 있는 창카이 메가포트(초대형 항만)다.

창카이 항은 중국 국유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에서 건설한 심수항(Deepwater port·심해 항구)이다.

페루 창카이 항 크레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자본을 투입해 남미에 들어선 첫 항만 시설로, 1단계 사업비로만 13억 달러(1조8천억원 상당)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업비는 35억 달러(5조원 상당)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찾아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함께 온라인 개항 행사를 통해 준공을 직접 축하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축사에서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남미 주요국에서 창카이 항을 잇는 '잉카 트레일'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브라질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필요성까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나, 이미 중국 측으로부터 상당한 투자 유치를 이뤄내고 있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인 G1은 짚었다.

브라질에 대한 중국의 인프라 분야 영향력 강화는 중남미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경계심을 더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찌감치 창카이 항에 대해 '중국군 교두보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러시아·브라질이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지렛대 삼아 관세 부과나 이란 핵시설 폭격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안보 정책 비판에 앞장서는 터라, 미국 입장에선 중국과 브라질의 접촉면 확대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브릭스 일부 회원국 사이에서 '탈(脫)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반미 행보", "세계 대전과 같다"는 등 표현과 함께 발끈하며 10% 관세 추가 부과 엄포를 놓는 등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walde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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