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통위 2.5% 유지 불가피 李정부 부동산 안정 공조할 듯 역대최대 한미 금리差도 부담 연내 경기부양 추가인하 전망
올해 0%대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과 관세협상 등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통화정책 운용 폭이 확 좁아졌기 때문이다.
9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은은 10일 열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우세하다. 직전 금통위가 열렸던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 부담스러운 여건이 조성된 탓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다.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로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올 상반기에만 21조7000억원 증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7월 기준금리는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기조에 있는 상황에서 집값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는 통화정책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경기 부양을 앞세워 금리를 인하하면 수요를 자극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를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는 점도 정책 공조 측면에서 한은의 고민을 커지게 하는 부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도 최근 이 같은 고민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췄고, 지금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며 "성장률을 고려해 계속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금융 안정에 대한 위험이 높아졌다"며 "추가 금리 인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하는 데 금융 안정 문제를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한은이 가계부채 상황이 안정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7월 금리 동결 이후 아파트 가격에 따라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2회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1회 금리 인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가계부채 상황만 바라보다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 실장은 "1분기에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에 2분기에도 역성장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성장률 자체는 낮을 것"이라며 "관세협상이 안 좋은 시나리오로 간다면 성장률은 추가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4.50%)의 금리 격차는 현재 2%포인트 수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추가 인하에 나선다면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지게 된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100명 중 93명은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