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코인 투자를 한국에서 해요”...규제 덫 피해 투자자들 해외 탈출 러시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입력 : 2025.07.07 20:36:43 I 수정 : 2025.07.07 22:58:32
거래소들, 투자 이탈 막으려 안간힘
빗썸, 렌딩 서비스...하루 330억 몰려
업비트도 자산담보 ‘코인빌리기’ 출시

가상자산 관련법 모호하고 규제 여전한데
외국선 파격 상품 잇따라 투자자들 해외로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김호영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직장인 강 모씨는 이른바 ‘코인 이민자’다. 강씨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비트로 옮겼다. 그는 “국내 거래소는 현물만 돼서 답답하다. 다양한 상품을 써보고 싶어 바이비트로 갈아탔다”고 했다. 국내 거래소들이 아직 현물거래에 머무는 사이 그는 바이비트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등 다양한 가상자산 선물 거래와 레버리지 파생상품까지 활용하고 있다. 강씨는 “요즘처럼 코인시장이 오락가락하는 시기엔 평범한 투자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 당분간은 바이비트에서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이런 ‘투자 이탈’을 막기 위해 서비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일 빗썸은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담보로 현금 또는 추가 가상자산을 대출받을 수 있는 ‘렌딩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비트코인 등 보유 코인을 팔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회 최대 10만원, 하루 최대 1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빗썸 홈페이지에 렌딩서비스 관련 신청 접수가 게재돼 있다. [사진 = 빗썸]
빗썸은 앞서 지난달 16일부터 전체 회원 2% 미만을 대상으로 ‘코인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이 서비스는 최대 4배 레버리지를 통해 주요 가상자산 또는 원화를 담보로 추가 코인을 대여해 매매할 수 있게 했다. 상승장에선 대여한 자산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고, 하락장에선 일시 매도 후 저가 매입으로 차익을 노리는 구조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베타 서비스 기간 중 하루 신청 금액만 330억원에 달했다. 빗썸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총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배 늘어났다.

업비트 [사진 = 연합뉴스]
업비트도 지난 4일 ‘코인빌리기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투자자는 최소 10만원, 최대 5000만원 규모의 자산을 담보로 비트코인을 대여받을 수 있다. 대여 한도는 담보금의 20~80%이며, 상환 기간은 30일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속속 등장한 코인 대여서비스는 증권시장의 신용거래처럼 자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문제는 국내 시장을 외면하게 만드는 각종 규제 공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발 빠르게 상품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코인원은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 마진 거래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사행성 논란과 경찰 수사로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당시 시장 일각에서는 “도박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중 고립’ 상태에 빠져 있다. ‘테슬라 3배 레버리지 ETF’ 같은 화끈한 상품이 넘쳐나는 주식시장과 각종 파생상품이 일상인 해외 거래소 사이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점점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프레드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중 9.21%는 선물 투자를 선호하며, 23%는 선물 투자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라운지. [한주형 기자]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는 “현재 가상자산 대출에 대해 명확히 규율하는 법률이 없다”며 “국내에서 제약이 크다 보니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그 결과 피해가 발생해도 국내법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안으로는 주식시장이 대선 이후 반등하고 있고, 밖으로는 상품과 유동성 면에서 우위를 점한 해외 거래소들이 버티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때 글로벌 거래량 ‘톱티어’였던 한국 시장이 규제의 늪에 빠져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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