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비트코인 담보로 집 산다 전통의 금융업 파고든 가상자산

이종화 기자(andrewhot12@mk.co.kr)

입력 : 2025.07.07 17:39:28 I 수정 : 2025.07.07 19:52:04
가상자산 금융산업 침투 가속도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이 각종 금융상품을 선보이며 전통금융 영역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대출, 증권거래 등 금융 서비스가 더 이상 전통 금융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7일 미국 가상자산 기업 스트라이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비트코인 0.20648071개(약 3089만원)를 담보로 맡기면 연 이자 13%에 1만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자 납입 방식도 매달 지불 혹은 만기 일시 상환 중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 담보 역시 비트코인 10.32429053개(약 15억4465만원)까지 늘릴 수 있다. 담보를 최소로 했을 때 마진콜은 비트코인 1개당 7만8179.01달러고, 최대로 했을 땐 1563.58달러까지 떨어진다. 대출금액을 최소(1만달러)로 설정했을 때 연 이자는 13%지만 이를 최대(500달러)로 늘린다면 연 이자도 10.5%까지 내려간다. 조건에 따라 9.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트라이크는 지난 5월 이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대출금액, 담보, 상환 방식을 설정할 수 있는 비트코인 담보 대출을 선보였다. 은행 대출과 달리 복잡한 서류 제출도 필요 없고 신용 조회, 소득 증빙 등의 절차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 담보 대출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흔하다.

캐나다의 가상자산 기업인 레든은 이미 2018년부터 비트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레든은 비트코인을 담보로 케이맨 제도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레든에 따르면 레든은 지난 1분기 이미 3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올해 말까지 대출 규모가 10억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우리시오 디 바톨로메오 레든 공동창업자는 최근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보유량이 많은 초기 가상자산 투자자, 기업가, 고액 자산가 등이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1년 중 언제든 거래 가능하고 유동성이 매우 높으며 전 세계 어디든 실시간으로 송금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담보"라고 밝혔다.



향후 글로벌 가상자산 대출 시장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GII)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가상자산 대출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억3000만달러에서 올해 107억4000만달러로 약 19% 성장할 전망이다. 2029년엔 213억3000만달러 규모까지 커진다는 예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상자산 담보 대출 서비스는 2가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트라이크의 사례와 같이 대출을 원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대출 심사에 걸리는 시간도 은행보다 훨씬 짧아 빠르게 법정화폐나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매도 시 발생하는 자본 이득세(미국 기준) 납부를 이연시킬 수 있다. 가상자산 담보 대출은 과세 대상이 아닌 만큼 세금 부담도 없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가상자산 담보 대출뿐 아니라 증권 거래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은 최근 55개가 넘는 미국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한 '엑스스톡(xStocks)' 서비스를 내놓았다. 엑스스톡은 기존 증권 거래와 달리 토큰화된 증권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해 1달러부터 원하는 금액만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USDC, 이더리움, 비트코인, 달러화 등 원하는 자산으로 매매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도 토큰화 증권 서비스 허가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반대로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JP모건은 최근 '예치금 토큰'인 JPMD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JPMD는 24시간 결제 기능을 갖고 있고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하지만 JP모건 고객들에게만 제공되고 기존 예금을 가상자산으로 옮긴 만큼 스테이블코인과 차별된다는 설명이다. JP모건은 JPMD가 기존 은행 시스템과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자금을 더 빠르고 쉽게 이동시키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연초부터 스테이블코인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단 금융당국과 협의해 규제 관련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들 때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모건스탠리는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는 데엔 관심이 없지만 가상자산 관련 거래에 있어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선 '3대 메가뱅크'로 불리는 미쓰비시UFJ신탁은행(MUFJ),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이 모두 참여한 합작 법인 프로그마가 엔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이끌고 있다. 프로그마는 현재 기업용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송금 관련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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