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AI 대전환’ 승부수…꿈의 ‘3% 성장동력’ 되살린다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7.04 06:01:44
李대통령 공약 실현 속도전
기재부, 국정기획委 보고

노동·자본·기술혁신 3대전략
인력 확보·세제 지원 등 추진
AI로 총요소생산성 끌어올려
추락한 잠재성장률 반등 포석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여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3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날 오전 국정기획위원회에 AI 주도 기술 혁신을 통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지금까지 국정기획위에 두 차례 보고했지만 위원들로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특히 위원들이 성장률 제고 방안을 요청해 기재부가 세 번째 보고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선 두 차례 보고에서 일부 경제 1분과 위원들은 기재부를 향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날선 비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성장률 제고 방안을 다시 보고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2차 보고 이후 일주일 만에 이뤄진 3차 보고에서 기재부는 경제·사회 전 분야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여야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올해 초 한국은행은 ‘AI와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AI 도입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1.1~3.2%, 국내총생산(GDP)을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도 지난달 펴낸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새 정부 성장 정책 해설서에서 “AI에 대한 투자는 AI 분야 국가 경쟁력 강화 그 자체를 넘어 잠재성장률 3%와 국력 세계 5강의 비전 달성을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정기획위 규제합리화 태스크포스(TF)는 2일 삼성SDS 상암 데이터센터를 방문했다. 데이터센터는 AI 주도 성장을 위한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다.

송경희 AI 팀장은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투자 강화, 민간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공약에 포함된 사항을 국정과제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오기형 규제합리화 TF 팀장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토대로 비용·효과 분석을 거쳐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막연하게 AI에 돈을 쓴다고 해서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AI가 우리 산업 생태계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도록 구상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날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 대전환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 R&D 예산은 한 차례 파동을 겪었고 올해 복원됐다. 하지만 R&D 예산이 일부 방만하게 배분되고 불투명하게 집행되는 것도 현실이다.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인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은 국가 R&D 예산 확보의 지속성과 투명성, 전문성 확보 방안을 담았다. 기재부도 이 같은 국정기획위의 방향에 동의하면서 특히 AI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R&D 투자와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한 또 다른 한 축은 인력이다. 이에 기재부는 인적자본 고도화와 해외 인재 유치 방안, 경제활동인구 확충 방안 등을 이날 국정기획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투입이 많으면 잠재성장률은 올라간다. 하지만 한국은 인구가 줄고 있다. 게다가 급속한 고령화와 청년 세대의 취업 포기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도 감소 추세다. 특히 최근엔 AI,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고급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가 이날 오전 ‘과학기술 인재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춘석 경제2분과장은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과학기술 인재 정책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공계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 지원 대폭 확대 △박사 후 연구원의 법적 지위 보장 △여성 과학기술인 복귀 지원 △고경력 은퇴 과학자 연구 활동 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기재부는 이날 AI와 남해안 러스트벨트 업그레이드, 지역 성장거점 구축, 에너지 인프라 및 기후테크 확대 등을 대표적인 자본 투입 대상으로 꼽았다. 자본 투입 역시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남해안 러스트벨트는 여수·울산(석유화학), 창원(기계), 울산·거제(조선) 등 전통 제조업 기지들을 가리킨다. 조선업은 최근 최대 호황을 맞고 있지만 부침이 심하다. 석유화학은 값싼 중국산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 포항과 광양의 철강산업도 중국발 저가 공세에 고전 중이다.

국정기획위는 “산업도시의 러스트벨트화는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의 지역 정책은 지역 자치 강화 및 생활문화 환경 개선과 함께 지역 성장 잠재력 제고 및 경제 활성화를 우선적인 목표로 추진돼야 한다”고 해설서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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