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담배업계 비밀문서…청소년·여성 겨냥한 '검은 속내'

서한기

입력 : 2025.07.04 06:00:03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담배회사가 대외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청소년과 여성을 핵심 목표로 삼는 교묘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공개된 내부 기밀문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전자담배 '쥴(JUUL)'의 미국 내 성공 사례는 신종담배 업체가 어떻게 젊은 층을 유인하고 규제망을 피하는지, 그 치밀한 '플레이북(성공매뉴얼)'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어 국내 담배규제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는 최근 내놓은 '담배업계 마케팅 전략 분석 및 담배규제정책에의 함의(2024)' 연구보고서(연구책임자 이성규)에서 미국에서 벌어진 담배소송을 심층 분석했다.

비록 국내가 아닌 미국 사례지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담배업계의 전략을 파헤친 것이다.

이번 보고서 분석의 근거가 된 '비밀문서'는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법정 투쟁의 결과물이다.

1990년대 미국 주 정부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소송과 1998년 '마스터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를 통해 담배회사들은 수백만 페이지에 달하는 내부 문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됐다.

최근에는 전자담배 제조사 쥴랩스(JUUL Labs) 역시 2021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와의 소송 합의에 따라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보고서가 밝힌 첫 번째 전략은 '특정 인구층 타겟팅'이다.

미국 담배회사들은 오래전부터 '미래 고객'인 청소년과 잠재적 소비자인 여성을 겨냥해왔다.

청소년에게는 과일 맛, 사탕 맛을 첨가하고 만화 캐릭터를 활용했으며, 여성에게는 흡연을 '독립적 여성의 상징'으로 포장하거나 날씬한 체형과 연관 짓는 전략을 사용했다.

둘째와 셋째는 광고 금지를 우회하는 '브랜드 확장·스폰서십'과 '미디어·프로모션' 전략이다.

담배 브랜드 로고를 옷, 라이터 등 비(非) 담배 제품에 붙이고 F1 경주나 음악 페스티벌을 후원하며 브랜드를 노출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간접 홍보가 핵심 수단이 되고 있으며, 이는 쥴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 유행을 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넷째는 정책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비' 활동이다.

미국 담배업계는 정치인과 정책 결정권자에게 접근해 "규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세금 인상, 가향 규제 등을 저지해왔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쥴의 미국 내 성공 사례를 통해 '신종담배 시장 진입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금연'이 아닌 '전환(Switch)'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존 흡연자에게 더 나은 대안임을 강조하면서도,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점을 핵심 유통 채널로 삼았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확인된 담배업계의 이런 '비밀 플레이북'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 모든 형태의 담배 광고·판촉·후원 포괄적 금지 ▲ 가향 첨가물 사용 금지 ▲ 담배 전문 판매점 도입 등 판매 채널 규제 강화와 같은 강력하고 선제적인 정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국내 보건 정책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이다.

sh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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